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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에스더 May 20. 2022

내가 위로받고 챙김 받고 싶은 거였어

내 마음을 다정하게 돌보는 법



머리를 앞으로 대라고!




둘째 아이를 씻기다가 큰 소리를 냈다. 몇 번 말해도 아이가 샤워기에 앞쪽 머리를 대지 않았다. 내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잡아다가 닦였다.      


“내가 할 거야!!!!”

“머리를 대야 비누가 씻길 거 아니야!”


결국 아이는 고래고래 울었다.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은데 엄마가 억지로 씻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울고 싶은 건 나였다. 오늘은 애보다 내가 짜증을 더 많이 내고 있다.     




그러니까 좀 일찍 자란 말이야!




아침에 여러 번 이름을 불러도 아이들이 도통 일어나지 않는다. 일찍 자라고 해도 그때뿐.  


“잠이 오지 않아요”  


말하면서 자지 않는다. 결국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침. 어떤 날은 아이가 기분 좋게 일어나도록 재미있게 깨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애한테 잔소리를 하고 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내 마음을 애한테 쏟아내고 있다.







유독 짜증이 쉽게 나는 날이 있다. 평소보다 화내는 역치가 아주 낮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날이 선다. 아이에게나 나에게도 날카롭고 차갑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음이 꽉 닫혔다. 이성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내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서 불만이 폭발했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계속 떼를 쓰고 있는 셈이었다. 속이 시끄러웠다. 좀처럼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 아이는 원하는 것이 채워지기 전까지 계속 떠들어 댈 테니까. 








 어디서부터 꼬였던 걸까. 시작은 남편이 2일 동안 몸살이 나면서부터였다. 아이가 아프거나 남편이 아프면 내가 더 바쁘다. 다 큰 어른과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니까. 죽도 사다 주고, 누울 자리도 만들어준다. 애 둘을 종일 내가 살핀다. 그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남편은 이틀 동안 방에 누워서 몸을 회복했다. 3일 차에는 괜찮아져서 출근했다. 직장을 퇴근하고 돌아와서 치워지지 않은 방을 보자마자 화가 났다.


 ‘지금 나보고 다 치우라는 거야?’


 회복했으면 쉬었던 자리는 스스로 정리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아플 때 챙겨주었으면, 애를 썼으면 나머지는 본인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원망, 비판, 비난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다. 그게 커지고 커져서 아이에게 터뜨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 마음이 삐뚤어진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사실은 “나 아픈 동안 애썼어. 고마워”란 말을 듣고 싶은 거였다. 내가 애쓴 것을 알아달라는 외침이었다. 그걸 내가 말하라고 옆구리 찔러서 들어야 한다니.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뒤처리도 내가 해야 한다니.  


진짜 하기 싫어. 내가 말하지 않아도 하나, 안 하나 볼 거야.





 내가 한 일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내가 애쓴 것을 고마워하지 않을 때 나는 쉽게 폭발한다. 내가 평소보다 더 심하게 화를 낼 때가 있는데 대체로 나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경우다. 


 우선 이성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격한 감정이 초고속으로 나를 끌고 간다. 어느새 나는 큰소리를 내고 있다. 멈춤이 없다. 오로지 강한 폭발만 있을 뿐. 그렇게 터뜨리고 나면 남는 건 후회, 자책, 스스로를 향한 비난이다. 


 ‘내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내가 문제야.’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화를 낸 내가 문제라는 것, 내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내가 나를 더 섬세하게, 따스하게, 다정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날이라는 의미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챙김 받고 싶어 하는 거니까. 나부터 제대로 알아줘야 한다는 신호다. 내가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속상해하는 내 베스트프렌드의 마음을 풀어주듯이. 내가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거다. 맛있는 것도 사서 먹여주고, 피곤하지 않도록 잘 재워주고, 마음 편안하도록 자연 가까이 데려가 준다. 푸른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한다.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도 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다. ‘니가 문제야, 니가 잘해야지. 화를 내서 되겠니?’가 아니라. 


 ‘고마워, 애썼어, 사랑해를 듣고 싶었구나’를 말해준다. 




“다른 사람을 다정하게 대해야 하듯이 자신에게도 다정해야 하네.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하게 굴거든.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정한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진 마. 편하게 생각해. 스스로를 좀 더 편하게 대해주라고.”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서 나오는 인생의 현자가 한 말이다.  앞으로는 화가 더 쉽게 나는 날, 짜증이 계속 올라오는 날에는 이렇게 나를 챙겨보자.      


내 마음을 돌보며 토닥여주기

내가 받고 싶어 하는 것과 듣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인정해주기

나를 친한 친구 대하듯이 소중히 여겨주기

잘 먹여주고 쉬게 해 주기    


 나는 오늘도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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