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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Apr 01. 2018

[인도] 헤미스 가면축제에 갔다.1

될놈될의 진리

인천에서 델리로 오는 비행기에서 인도에서 꼭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했다.     


인도에서 꼭 해보자 리스트 2016.

1.라다크 헤미스 곰파 가면 축제 참가 (7월)

2.푸쉬카르 낙타 축제 참가(11월)

3.바라나시 데오디왈리 참가(11월)

     

이 중 가장 처음 찾아온 기회가 바로 라다크 헤미스 곰파의 가면축제였다.          

가면축제(혹은 가면극)는 라마유르 곰파를 비롯한 라다크, 잔스카르의 유명한 곰파에서 매년 시행되는 축제로 시추에 열리기 때문에 시추라고도 부른다. 시추란 티벳달력으로 10일을 의미한다. 라다크에서 가장 큰 종교행사이기도한 헤미스 곰파의 가면축제는 여러 가면극 중에서 단연 유명하고 인기도 많다. 헤미스 가면축제는 구루 파드마삼바바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다. 구루 파드마삼바바(혹은 구루 린포체)는 라다크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악령과 싸운 전설의 인물이자, 부탄과 티벳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이다. 헤미스 곰파의 라마들은 각각 다양한 색체 그리고 서로다른 상징적 의미를 가진 가면을 쓰고 춤 춘다.

(*린포체란 티벳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 한 자’로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사람으로 다시 환생한 고승을 말한다. 달라이 라마14세 역시 린포체다.)


가면축제(mask festival)는 마스크 댄스(mask dance) 혹은 마스크 배틀(mask battle)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라마들이 선과 악으로 나뉘어 서로 춤을 추며 대결을 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2일간 진행되는 이 축제 마지막은 검은 모자를 쓴 라마에 의해 악이 소멸되는 것이다.

           

헤미스의 가면축제는 항상중요하지만 특히 2016년 특별하다. 2016년은 티베트 달력으로 매 12년마다 돌아오는 원숭이해이기 때문이다. 원숭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구루 파드마삼바바(혹은 구루 린포체)가 연꽃에서 태어날 것이라 예언된 해가 원숭이해 이기 때문인데, 이 해에는 라다크에서 가장 큰 탱화가 가면축제 기간 동안에 공개된다. 이 탱화는 건물 2층 높이의 크기로  구루 파드마삼바바의 모습이 보석과 진주 그리고 원석들로 장식되어 있다.     


헤미스 가면축제는 하일라이트는 다양한 색체의 향연이지만, 이와 더불어 다양한 라다크 전통 악기들로 연주되는 음악 역시 흥미롭다. 단조로운 춤과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단조롭게 반복된다. 하지만 경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왠지모르게 가슴이 울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면극을 보기 위해서 헤미스를 가려던 것 이었는데, 올해가 특별한 해라는 말을 들으니 헤미스 가면축제가 더욱 욕심이 났다. 여기에 더불어서 디스켓 곰파에서 당한 사기를 만회하기 위해 요괴팔의 존재도 확인해야만 했다. 헤미스곰파에 가야할 이유가 2가지가 된 것이다. 문화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치욕스러운 과거를 반전시키기 위해 라다크에와서 처음으로 여행 계획이라는 것에 착수했다. 나는 헤미스 가면축제에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헤미스 축제는 만만치 않았다. 첫째로 헤미스 곰파에 가는 것 부터가 문제였다.

몇 년 전까지 운행하던 레-헤미스 구간 미니버스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 잠무-카슈미르 공영 버스역시 헤미스로 가는 것은 없다. 레의 합승택시 스탠드에서 초클람사르까지 가는 쉐어 택시를 탄 다음, 그곳에서 다시 헤미스로 가는 합승택시를 타던지, 아니면 히치하이킹을 해야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중교통이 한정적인 라다크나 스피티 지역에서 히치하이킹은 현지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이동방법이다. 하지만 장소를 불문하고, 특히 혼자 여행하는 여성여행자들은-남성여행자라고 안전하지는 않다.-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레에서 초클람사르까지는 10분,20분 간격으로 합승택시가 있지만 초클람사르에서 헤미스까지 가는 합승택시를 찾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오늘은 헤미스에서 라다크 최대 종교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거기다 오늘은 공휴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레에 살고 있는 불교신자 절반은 헤미스로 갈꺼다. 초클람사르에서 헤미스로 가는 교통편을 구하지 못할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서 일찍 가지 않으면 헤미스 곰파에 들어가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새벽같이 나가서 자리를 잡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나름 새벽에 출발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레에서 헤미스로 가는지, 레를 벗어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합승택시 스탠드로에 도착하니 꽉 차있어야 할 합승택시 스탠드가 텅 비어있다.  라다키(라다크 사람)들은 이미 나보다 한시간은 빨리 레를 빠져나가 헤미스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다른 관광객들 보다는 빨랐지만 남아있는 대부분의 택시는 관광객들이 이미 예약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나처럼 합승택시로 로컬가격에 가고자 하는 사람을 태워주는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지? 애가탄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합승택시 예약 사무소의 직원 아저씨가 나에게 손짓을 하면서 빨리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저씨 옆에는 합승택시가 한 대 서있었다. 서둘러 달려가서 한발을 차에 올렸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이미 만석인 합승택시에 가까스로 엉덩이를 들이 밀어 꾸깃 꾸깃 앉았다.

 

왜 항상 일정한 강도의 고통에는 적응이 되는가? 인류 진화의 비밀인가? 엉덩이가 하나로 합쳐질 듯 한 고통은 곧 사라지고,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래도 이 조합 이상하다.       

나와 같이 탑승한 사람들은 도로공사를 하는 인부들로 네팔 사람들 인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묵묵 부답이고, 눈도 안마주쳐 주고, 미소에는 무표정이 돌아온다. 숨막히는 침묵이 작은 합승택시에 가득 찼다. 레 시내를 벗어나기 전 사람이 하나, 둘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 8인승 미니택시에는 14명이 탔다. 나를 빼고는 전부 앞에 한사람씩 안고 가고 있다. 언제나 외국인을 배려하는 라다크 사람들이다.     



10분쯤 달리자 도로공사장이 나왔다. 그곳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내렸다.

나만 홀로 남자, 택시기사님은 나에게 앞자리로 오라고 손짓했고 나는 얼른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헤미스로 가려고 하는데 초클람사르에서 택시를 탈 수 있을까요?”앞자리에 타자마자 물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다 헤미스로 가고 있어서 차를 잡기가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런데 다행히 혼자니까 태워주는 사람이 있을꺼에요.”

희망을 주기위해 그냥 하는 말 인 줄 알았는데 이 말은 사실이었다.     

초클람사르에 도착하니 내가 라다크에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군집해 있었다. 도로반 사람반.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의 목적지는 동일하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상황은 그리 반갑지 않다. 인도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혼자가는 법이 없다. 항상 가족, 친척,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4~5명이 함께 다닌다. 1대 다수의 싸움이다. 내가 한마디 하면 20마디가 되어 돌아오고, 내 앞에 한사람이 줄 서 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는 6번째 순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이렇게 즐거운 수가 없다. 길거리에 서서 차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적어도 2~3명은 있을 거라는 소리다.

    

일단 길가로 물러나 초클람사르에서 헤미스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라다키들을 관찰했다. 도로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면 무조건 손을 흔든다. 그러면 차가 멈춘다. 운전자와 자신의 일행이 몇 명인지를 이야기한다. 충분한 자리가 있다면 그 차를 타고 헤미스로 가는 것이고, 자리가 없다면 다음차를 기다린다. 이보다 간단할 수가 없다. 역시 남이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     



헤미스로 가는 차를 잡는 법도 알아냈으니 짜이를 마시러 갔다. 언제 어디서나 배가 고픈건 라다크에서도 마찬가지다. 짜이 한잔을 들고 과자를 우적거리면서 나도 라다키들 사이를 얼쩡거리며 어정쩡하게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자 마자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췄다. 갑자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차 주위로 모여들었다. 차 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가 나를 지목하더니 “헤미스?” 하고 물었다. (정말로 손가락으로 나를 콕찍으면서 물었다.) “예스”라고 대답하니 바로 손바닥을 접었다 피면서 올라타라는 신호를 보낸다. 설마 했는데 이렇게 쉽게 성공하다니... 남이 하는 일이 가끔은 세상에서 가장 쉽기도 한가보다.    


합승택시라고 생각하고 내가 올라탄 차는 합승택시가 아닌 가족이 전세 낸 차였다. 그래서 차비도 낼 필요 없단다!!! 역시 될놈될의 진리는 전세계 공통이다. 초클람사르에서 헤미스까지는 한 시간 거리다. 이렇게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고마운 마음에 먹다 남은 과자를 수줍게 내미니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한 개씩 꺼내먹는다. 그리고는 의자 밑에서 부시럭 부시럭 커다란 과자봉지를 꺼냈다. 오늘 운이 트이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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