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균형의 연습

나를 지키면서, 나를 바꾸는 법

by 담윤

요즘 ‘나’를 조율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키고 싶은 나와 바뀌어야 할 나 사이에서, 균형을 배우는 중이다.


연차가 낮을 때에는 직속 상사가 바뀔 때마다,

새로 온 상사가 내 모습을 알아봐 주길 바랐다.

내가 일해온 방식과 나만의 강점을 인정해 주길 바랐다.

그게 중간관리자의 역량이고, 부하직원을 옳게 이끄는 방법이라 믿었다.

그래서 누가 상사로 오든 ‘나는 나답게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리급이 되니, 그 생각이 꽤 순진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상사에게 맞춰야 하더라.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일하겠지’라는 기대가 생기지만,

그 기대의 기준은 ‘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상사의 스타일’이었다.


그 시절 내 팀에는 상사가 바뀔 때마다

그들의 스타일을 빠르게 읽고 발맞춰가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가 내게 말했다.

“팀장님이 새로 바뀐 이상, 어쩔 수 없어요. 앞으로는 그들이 우리를 평가하는 시기잖아요.

그러니 **님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업무 보고를 조금 바꿔봐요.”


그 말이 처음엔 억울하게 들렸다.

‘내 방식이 틀린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바꿔야 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내가 가장 빨리 컨트롤할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상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객을 대할 때, 연인을 만날 때, 친구들과 지낼 때,

심지어 구청에서 서류를 떼는 짧은 순간에도

상황과 사람에 따라 나를 바꿔야 하는 순간은 늘 찾아온다.


내가 바라는 세상을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된다.

그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왜 이렇게 불행하지’ 싶은 순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바꾸는 일’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그건 내가 나를 버리고 오로지 타인에게만 맞추려 할 때 특히 심했다.

나는 상대를 위해 내 방식을 버리고 희생하며 맞췄지만, 상대의 눈에는 이런 내 노력이 보일리가 없었다.

초반에는 내가 바뀌고 맞추는 방식을 내 스스로 선택했으니 별 탈 없지만,

추후 어느 부분에서라도 트러블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내 노력은 상대에게 당연하다고 판단되어 더 높은 수준의 희생을 요구당했다.

그때 한 번에 밀려오는 허무함이 거의 쓰나미처럼 나를 잠식시킬 정도였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최소한의 나의 기준을 지키면서,

그 외적인 부분에서 타인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변해보자”


그게 바로 나를 지키며 동시에 나를 바꾸는 일이다.

매우 어렵지만, 결국 그렇게 살아가는 게

조금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