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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안 May 27. 2022

천재인가 괴짜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특집] 미디어 속 INTP 파헤치기 (1) - 해외 드라마 편


신뢰성이 0에 수렴하는 글이므로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MBTI는 분명 그 목록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것. 이제 끝물인 것 같긴 한데 아마 이 글의 독자 분들도 한 번쯤 4글자 알파벳으로 천명된 자신의 성격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인들에게 삼삼오오 공유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를 기반으로, 미디어 콘텐츠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6가지나 되는 유형들 중 어떤 유형의 캐릭터를 파헤쳐볼 거냐, 하면 바로 ‘논리적인 사색가’라 불리는 INTP(a.k.a. 인팁) 형이다. 왜 하필 인팁이냐고? 이유는 뻔하다. 내가 인팁이거든.


셜록 홈즈, <셜록>


    INTP 캐릭터들은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각양각색의 천재로 묘사된다. (믿거나 말거나, 천재가 가장 많은 유형이라고. 그럼 난 뭐가 돼) 그중에서도 21세기형 명탐정을 훌륭히 그려낸 BBC의 메가 히트 시리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by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인팁캐’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출처 : BBC One)

    기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반색하며 소파에서 뛰쳐나가고, 관심 없는 문제는 거들떠도 안 보며(이를테면 일상생활이라든가 일상생활이라든가 일상생활), 사회성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이 남자. 스스로를 '고기능 소시오패스(high functioning sociopath)'로 묘사하는 괴짜 명탐정의 즉흥성 넘치는 모험과 우당탕탕 인간관계를 지켜보며 (나 포함) 많은 INTP 유형들이 제법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다. 물론 본인은 천재가 아닙니다만... 지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셜록 홈즈 특유의 냉철한 태도와 그 지성에 비례하는 괴팍함(이라 쓰고 공감 능력 결여라고 읽는다)을 참고해 만들어 본 INTP 체크리스트 :


    생각에 골몰할 때면 누군가 이름을 불러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벽에 총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지루함을 못 견디고, 평범한 일상은 날 흥미롭게 할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리는 생각에 자주 압도된다.

    팩트를 말한 것뿐인데, 상대를 울린 적 있다.

    스스로가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사이코/소시오패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파악한 뒤 자신에게 해당하는 바 없음을 깨닫고 조금 안심했다.)

    전화를 걸거나 받으면 '여보세요' 따위의 인사말은 생략하고 대뜸 본론부터 꺼내는 편이다.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는 왜 묻는 건지 이해가 안 가고, 입에 발린 말엔 전혀 소질이 없으며, 쓸데없는 서론은 (제발) 생략해줬으면 좋겠다.


    위의 진술들에 모두 해당한다면 당신, 셜록 홈즈와 같은 INTP 유형일 확률이 매우 높군요.


셸든 쿠퍼, <빅뱅 이론>


    이과 너드 천재들의 엉뚱 발랄한 일상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시트콤, <빅뱅 이론>의 주인공 중 하나인 '셸든 쿠퍼(by 짐 파슨스)'의 성격 유형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많다. INTJ다, ISTJ다, INTP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본문에서는 INTP 유형이라는 가설에 힘을 싣는다. 이유는 : 내가 동질감을 느꼈으니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셜록이 추리 천재라면 셸든은 수학(혹은 물리학) 천재다. 그러나 사회적 교류엔 영 젬병. 새로운 이웃인 '페니(by 칼리 쿠오코)'가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거긴 내 자리예요!'를 외치던 셸든을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 나랑 동류다! (그리고 그대로 시즌 12까지 달렸다)

셸든이 자기 자리를 사랑하는 만큼 널 사랑해 (출처 : Google Image)

    시리얼을 항목별로 분류해 가지런히 줄 세우는 것도, 익숙한 것에 집착하는 것도, 어색한 사람과의 눈 맞춤을 피하는 것도, 상대방의 오류를 어떻게든 정정하려 드는 것도, 끝없는 연상 작용으로 쓰잘데기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주제에 덕질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절대 입을 다물 수 없는 것도, (특히 약간 강박적인 성향의) INTP 유형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포인트. 미지의 영역인 사회적 관습을 학습해서 그대로 출력하는 셸든의 모습은, INTP가 어째서 '따뜻한 로봇'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단번에 납득시킨다. 정말.. 독특하다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셸든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압권.

    주인공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시트콤으로, 어마어마한 분량에 겁먹기 상이지만 완결까지 순식간에 돌파할  있으니 아직 감상 전이라면  시도해 보시길!


[미디어 속 INTP 파헤치기 (2) - 실화 기반 영화 편]이 궁금하다면 : (오만상) 난 친구같은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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