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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에버튼에 창의성을 불어 넣은 하메스 로드리게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실력만큼은 월드클래스지만 최근 몇시즌 간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모두에서 후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비교적 경쟁이 수월한 에버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자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고 불리는 안첼로티의 부름에 고민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에버튼, 안첼로티, 하메스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이 됐다. 아직 한 경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하메스가 뿜어내는 시너지는 엄청났다. 에버튼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채워주며 지난 시즌과 차원이 다른 팀으로 변모시켰다.



19-20시즌 에버튼에게 부족했던 건 마무리 패스였다. 플레이메이커 위치에서 키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데이비스, 슈나이덜린, 시구르드손, 고메즈 모두 창의적인 패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19-20시즌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2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전체 득점이 44골에 불과했을 정도다. 칼버트르윈이 기록한 13골 중 미드필더의 도움에 의한 득점이 단 1골도 없다. 히샤를리송도 시구르드손의 도움으로 기록된 1골을 제외하면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무리 풀백을 통한 공격에 치중하는 팀이라고 해도 이정도로 중원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건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칼버트르윈과 히샤를리송이라는 정상급 골잡이를 보유하고도 에버튼이 12위에 그친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안첼로티는 10번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바있는 자신의 제자 하메스를 영입했다. 팀에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며 결정적인 키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최적의 선수를 말이다. 하메스는 리그 개막전인 토트넘과의 경기부터 안첼로티의 기대감에 완벽히 부응했다. 지금부터 하메스가 활용된 에버튼의 전술에 대해 살펴보자.




에버튼의 주 공격 방향은 히샤를리송-디뉴가 위치한 왼쪽 측면이었다. 무려 42%를 왼쪽 공격에 투자했다. 히샤를리송은 전후방을 오가는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토트넘의 골문을 위협했다. 디뉴는 특유의 공격성으로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히샤를리송을 지원했다. 또한 공격 시 고메즈가 간헐적으로 전진해 왼쪽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알랑, 두쿠레보다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고메즈였다.


토트넘은 도허티를 전방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키는 전술을 사용했다. 이에 안첼로티는 도허티가 전진하면서 생기는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왼쪽 측면 공격의 빈도를 증가시켰다. 오늘 히샤를리송이 때린 슈팅의 대다수가 왼쪽 측면의 공간이 발생한 상황에서 파생됐다(히샤를리송 슈팅맵 참고). 안첼로티의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한 전술이었다.


왼쪽과 달리 오른쪽은 하메스의 킥에 의존했다. 스피드, 오프더볼 능력이 정상급에 달하는 손흥민을 봉쇄하기 위해 콜먼의 전진은 다소 제한됐다. 결과적으로 콜먼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며 손흥민을 완벽히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오른쪽이 하메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왼쪽에 버금가는 날카로운 공격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그의 환상적인 온더볼은 토트넘의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팅 3회, 키패스 5회, 드리블 돌파 2회, 인터셉트 3회, 롱패스 성공 11회를 기록하며 자신에 대한 에버튼과 안첼로티의 기대감에 100% 부응했다(하메스 키패스 위치 참고).




위 사진은 토트넘전 에버튼의 세부 전술도를 나타낸다. 상술했듯이 왼쪽은 히샤를리송, 오른쪽은 하메스가 공격의 열쇠였다. 히샤를리송에겐 크게 3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첫번째, 도허티가 전진한 공간을 공략하며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득점을 노려라. 두번째, 전진하는 디뉴와 부분 전술을 수행하라. 세번째,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쳐라. 득점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이 3가지를 착실히 수행해주었다.


하메스에게도 3가지 임무가 부여됐다. 첫번째, 전방을 향한 키패스를 뿌려라. 두번째, 간헐적으로 전진하는 콜먼과의 부분 전술을 수행하라. 세번째, 드리블을 통해 전진하고 적극적으로 골을 노려라. 다만 히샤를리송과 달리 하메스는 박스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다(하메스 히트맵 참고). 보다 넓은 공간이 주어졌을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이기에 압박이 심하지 않은 위치에서 플레이메이킹을 전개하는데 집중한 것이다.


두쿠레-알랑-고메즈의 쓰리 미들 체제의 수훈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선수는 빌드업 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전방에 볼을 전달했다. 알랑이 수준급의 홀딩 능력을 보여주었고 위협적인 공격 가담을 펼치는 두쿠레와 고메즈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4-4-2 체제에서 고메즈-데이비스가 배치되는 투 미들 체제보다 훨씬 유기적이었고 활기 넘쳤다. 이 세 선수가 위치한 에버튼의 중원은 20-21시즌 빅6를 위협할만큼 강력한 모습을 과시했다.




하메스의 합류로 에버튼 공격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밋밋하던 중원도 알랑과 두쿠레가 가세하며 유기성, 두터움이 배로 증가했다. 에버튼은 매번 이름값 있는 선수 영입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항상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20-21시즌은 다르다. 개막전부터 EPL 팬들에게 에버튼이 돌아왔음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메스라는 월드클래스 플레이메이커가 합류한 에버튼은 이번 시즌 가장 무서운 다크호스다. 과연 이들의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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