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스토리가 생겨날 때 재미와 감동은 배가 된다. 팀과 관련된 역사, 선수와 얽힌 인연, 감독과의 관계 모든 것이 스토리의 일부다.
우리가 축구에 빠져드는 이유도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팀과 라이벌 팀의 경기가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열광하고 마치 자신이 경기를 뛰는 듯한 경쟁 의식에 고무된다. 좋아하던 선수가 증오하던 팀으로 떠났을 때 분노를 느낀다. 줄곧 자신의 팀을 위험에 빠뜨리던 감독과의 맞대결에 복수를 다짐한다. 상술한 모든게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감정들이다.
펩과 무리뉴가 각각 바르샤와 레알의 감독이던 때를 생각해보라. 무리뉴가 레알의 감독이 되기 바로 전시즌 두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만났다. 결과는 무리뉴의 승리. 두 감독은 서로를 헐뜯으며 자신의 축구가 옳음을 피력했다. 악연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무리뉴가 레알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기승전결의 전이 막을 올렸다. 완벽한 스토리다. 전세계가 라리가에 주목했다. 안 그래도 관심도가 높은 엘클라시코는 두 전술가의 악연과 같은 스토리가 더해져 더 큰 관심을 불러왔다. 스토리가 가진 힘이다.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을 움직이는 매개가 감동일수도 있고 분노일수도 있다. 감동이든 분노든 결국엔 축구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축구팬으로 변모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토리가 생성되고 있다. 매순간 스토리가 쓰여진다. 어쩌면 축구를 움직이는건 돈이 아니라 스토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감성적인 걸까.
스토리의 힘을 믿는다. 프로 레벨에서 경기의 승패, 선수의 클래스는 종이 한장 차이로 나뉜다. 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스토리가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의 한계치에 달하는 능력을 꽤 자주 뿜어낸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