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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우리가 알던 맨시티

감독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건 전적으로 선수들의 몫이다. 감독과 코칭스테프가 해줄 수 있는 건 전략과 전술을 짜고 동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팀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선수들의 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


맨시티는 에버튼과의 경기가 취소되고 약 일주일 간의 휴식 시간을 부여받았다.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박싱데이가 겹치면서 체력적인 부침에 시달리던 때에 맞이한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물론 다수의 주전 선수와 코칭스테프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첼시와의 일전을 준비하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여기에 리그 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며 팀 분위기도 상승한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박싱데이 기간을 휴식없이 풀로 소화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첼시가 상대한 팀들의 네임벨류도 상당하다. 12월 리그에서 리즈, 에버튼, 울버햄튼, 웨스트햄, 아스날, 아스톤빌라와 격돌했다.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들이었고 결과 또한 2승 1무 3패로 저조했다. 체력,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전체적인 무게중심은 맨시티 쪽으로 쏠리는 모양새였고 결과 또한 그러했다. 체력이 충전된 맨시티는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첼시를 유린했다. 이번 시즌 시작 시점부터 D.실바의 이탈, 부상, 체력적인 부하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파다했지만 첼시전 만큼은 우리가 알던 펩시티의 모습이었다.


특히 계속해서 비판을 받던 공격력의 폭발이 고무적이다. 감독과 코칭스테프의 주문을 맨시티 선수들이 100% 완수해냈다. 최대 7명의 선수가 첼시의 골문을 위협했고 수많은 기회를 창출했다. 첼시가 아무 것도 못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였다. 그렇다면 맨시티는 어떤 방식으로 승리를 쟁취했을까?


첼시전 진첸코, 귄도안, 포덴 터치맵


좌측 공격은 진첸코, 귄도안, 포덴이 전담했다. 진첸코는 우측의 칸셀루가 전진함에 따라 형성되는 쓰리백의 좌측 스토퍼로 활약하면서 간헐적으로 포덴을 지원했다. 다만 스토퍼 역할을 맡으면서도 전진할 때는 풀백처럼 와이드한 형태로 움직였다. 포덴 또한 측면 와이드한 움직임을 구사했는데, 때에 따라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 상대의 골문을 위협했다. 실제로 맨시티의 두번째 득점 장면에서 이와 같은 포덴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첼시전 MOM이라고 할 수 있는 귄도안은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박스 바깥 좌측 하프 스페이스를 직접적으로 점유했고 중앙으로의 침투도 심심치 않게 보여주었다. 이는 맨시티의 첫번째 득점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처럼 좌측 와이드하게 배치된 진첸코와 포덴에 의해 탄코와 코바시치가 유인됐고 자연스럽게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귄도안에게 공간이 부여됐다. 여기에 데브라이너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캉테에게 부하가 걸렸고 좌측에서 2골을 만들어냈다. 간격이 생명인 첼시의 3미들 체제인데, 이를 파훼한 맨시티의 적절한 좌측 포지셔닝 전술이었다.


첼시전 칸셀루, B.실바, 스털링 터치맵


우측 공격에는 칸셀루, B.실바, 스털링이 배치됐다. 칸셀루는 우측의 귄도안처럼 박스 바깥 우측 하프 스페이스를 직접적으로 점유했다. B.실바는 광범위한 활동 범위를 바탕으로 로드리와 함께 후방 빌드업에 가담했고 수시로 전진해 스털링을 지원했다. 스털링은 좌측에 포덴과 같이 우측 와이드하게 위치해 있다가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을 구사했다.


이와 같은 우측의 포지셔닝 또한 마운트와 캉테의 간격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칸셀루와 B.실바가 비교적 쉽게 볼을 공급했고 스털링의 침투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좌 - 전반전 데브라이너 터치맵, 우 - 후반전 데브라이너 터치맵


데브라이너는 전후반 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전반전은 좌측 지향적으로 위치했고 후반전은 중앙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귄도안, 포덴을 도와 캉테, 코바시치의 공간을 유린했고 칸셀루, B실바와 연계해 캉테, 마운트의 공간을 공략했다. 데브라이너의 움직임 덕분에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끊임없이 이끌어냈고 캉테라는 핵심 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간 후방 빌드업은 물론 플레이메이킹까지 담당하면서 그의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하지만 첼시전 만큼은 철저히 공격에만 집중하면서 지난 시즌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B.실바와 귄도안이 첼시전과 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데브라이너의 부담은 갈수록 저하될 것이다.




20-21시즌을 통틀어 맨시티가 보여준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지난 시즌 재개 이후 끊임없이 경기를 소화한 맨시티이기에 휴식이 절실했다.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일주일 간 휴식을 취했고 이는 맨시티의 부활을 이끌어냈다. 취소된 경기가 몰아서 치뤄질 미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첼시전은 분명 고무적인 승리였다. 수비력이 안정화된 맨시티가 과거의 공격력까지 되찾는다면 PL의 경쟁 판도는 다시금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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