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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첼시와 로만의 답습

예정된 수순이었다. 로만과 보드진이 언제 결정을 내리느냐가 관건인 사안이었다. 이젠 그 사안이 현실이 됐고 우린 여느 때처럼 첼시의 새로운 감독이 누가 될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첼시는 프랭크 램파드라는 상징을 잃었다. 너무도 쉽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말이다. '독이 든 성배',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행보였다.

이와 같은 첼시의 역사는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라는 러시아의 재벌이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 라니에리 경질을 시작으로 2021년 램파드까지 무려 14명(무리뉴, 히딩크 1,2기 포함)의 감독이 부임과 경질을 오갔다. 14명의 감독들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지휘한 건 조세 무리뉴 감독이다. 그는 1기(185경기)와 2기(136경기)를 통틀어 321경기를 이끌었다. 반면 가장 적은 경기를 지휘한 건 루이스 스콜라리인데, 고작 36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프랭크 램파드는 총 84경기를 지휘했고 이는 14명의 감독들 중 4번째로 많은 횟수다.

지난 시즌 프랭크 램파드가 지휘봉을 이어받았을 당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2018년 5월 더비카운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후 약 1년여 만에 첼시의 감독직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에당 아자르라는 에이스가 떠난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램파드는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재정비했고 리그 4위, 챔피언스리그 16강, FA컵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모두가 첼시 감독의 역사가 새로 써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피력할 정도였다.

이에 로만도 램파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자르를 판 돈으로 베르너, 하베르츠, 지예흐 등 매물로 나온 A급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허나 갑자기 선수단의 규모가 커져서 인지 램파드는 패배만을 거듭했고 리그 순위가 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시점부터 모두가 로만의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이 로만의 특기 아닌가. 어쩌면 로만의 첼시 사랑은 축구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말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감독 자리가 비었으니 채워야 한다. 역시나 명장이라고 불리는 감독을 데려올 것이다. 최근 PSG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이 매물로 올라왔다. 다수의 언론이 투헬의 부임을 확신하고 있다. 투헬은 얼마나 갈까. 그의 감독 역사를 되짚어보면 첼시와의 동행도 그리 원활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번에도 첼시는 그저 자리 메꾸기 식이다.

'램파드의 경질은 잘못됐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감독을 아무렇지 않게 소모품처럼 갈아치우는 과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팀의 레전드인 램파드이다 보니 팬들의 실망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로만과 첼시는 20년여에 가까운 세월 간 답습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첼시와 로만의 색깔이고 근본인 것이다. 첼시가 명문으로 가기 위해선 21세기 내내 이어져온 졸부의 관습을 버려야 한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로만은 첼시를 빅클럽으로 만들었지만 존경받는 클럽으로는 발전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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