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의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굴레에 갇히게 된다. 의존의 방식이 쌍방이 아니라 일방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플레이어는 주로 사용하는 발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선수가 잘쓰는 발을 주발, 못쓰는 발을 약발이라고 일컫는다. 오른발잡이와 왼발잡이는 각각 오른발과 왼발의 의존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약발의 효과를 누려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굳이 주발을 고집해야 할까?
주발과 약발의 적절한 조화는 자신과 수비수의 선택지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이점을 포기하면서 까지 주발을 고집하는 선수는 스스로 선택지를 줄이는 셈이다. 즉, 자신에게 불리하고 수비수에게 유리한 상황을 창출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파리 생제르맹과 바이에른 뮌헨의 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파리 생제르맹이 0 대 1로 뒤진 82분경 디마리아에게 오픈 찬스가 찾아왔다. 승부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공방전이었기에 추격을 뿌리칠 결정적인 한방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당시 디마리아에게 주어진 공간적인 선택지는 크게 2가지였다. 비교적 넓은 공간이 허용되어 있던 우측(A)과 뮌헨의 수비진이 밀집한 좌측(B)이 그것이다.
디마리아가 우측 공간을 선택한다면 슈팅과 크로스 등 다양한 선택지를 또다시 차지할 수 있었지만, 약발인 오른발의 비중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에 좌측 공간은 곧바로 슈팅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첫 터치를 오른발로 가져가긴 했지만 이는 좌측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연결 과정이었다. 쉽게 말해 디마리아는 자신의 주발인 왼발을 사용하기 위한 터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보아텡이 달려오는 수비 방향과 맞물리면서 슈팅각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두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자신과 수비수의 선택지를 모두 줄여버린 것이다. 전적으로 보아텡에게 유리한 싸움을 만들어줬다는 말이다.
결국 왼발 슈팅을 위한 오른발 첫 터치를 행한 디마리아의 선택은 수비 블록에 걸렸고 기회는 무산됐다. '디마리아가 오른발의 활용도를 조금만 올렸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물론 디마리아의 클래스에 의문을 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디마리아의 왼발 의존에 비판은 그의 커리어 내내 따라다니는 꼬리표라고 할 수 있다. 15-16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총 6시즌 동안 리그에서 469회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이중 오른발 슈팅의 수는 단 43회에 불과하다(understat, 15-16시즌~20-21시즌까지 3,10, 10, 11, 10, 3).
제시된 장면 외에도 '오른발잡이가 왼발을, 왼발잡이가 오른발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던 상황은 수도 없이 많았다. 축구는 시시각각 의외의 상황이 발현되는 즉각적인 스포츠다. 이 때문에 의외의 상황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춰야만 한다. 그 다양성의 시작은 선수이고 선수의 시작은 양발의 조화 아닐까. 양발의 선택지를 고루 갖춘 선수가 주발에 의존하는 선수보다 상위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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