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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조직체 그리고 슈퍼리그


조직과 조직체의 차이를 아는가? 같은 듯하기도 하고 다른 듯하기도 한 두 단어는 엄연히 구분된 뜻을 갖고 있다. 조직이란 특정 집단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하는 일방적인 개체를 말한다. 이와 달리 조직체는 상호작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집단 즉 커뮤니케이션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조직과 조직체의 차이를 숙지한 뒤, 축구계를 뒤흔든 슈퍼리그 논제로 가보자.


지난 19일(한국시간) 슈퍼리그의 창설이 공식화됐다. 거대한 자본이 유럽의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끌어모아 축구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한 것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AT마드리드, 맨유, 리버풀, 맨시티, 아스날, 토트넘, 첼시,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 슈퍼리그 참여를 확정 지었다. 그렇다면 이 12개의 빅클럽들이 자국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등지면서까지 슈퍼리그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조직체가 되어야 할 UEFA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자인 클럽들과 상호작용하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36개 팀 확대 추진, 네이션스리그 창설, A매치 주간 3경기 시행 등 팀과 선수의 체력적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매개까지 추가되면서 불만은 고조되어 갔다.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EFA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즉 조직이라는 일방적인 개체의 모습으로 전락한 것이다.


두 번째, 코로나19로 인해 무수히 많은 구단들이 재정난에 빠졌다. 이는 빅클럽들도 마찬가지였다. 맨시티, 첼시 등 재정 상태가 준수한 클럽들은 해당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겠지만 대다수가 여전히 마이너스 길만 걷고 있다. 그러던 중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조직체가 손을 내밀었다. 불만이 극에 달한 UEFA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매혹적인 손짓을 보낸 것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해관계자들은 당연히 새로운 조직체의 제안을 수용했다. UEFA가 자국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탈퇴를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슈퍼리그라는 조직체는 조직으로 전락한 UEFA를 위기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이제 UEFA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작동해야 할 시점이다. 조직으로 전락한 UEFA의 대응은 지금도 조직과 다름이 없다. 상술했듯이 자국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고 FIFA라는 대형 조직체까지 개입시켰다.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려는 기미다.


여기까지가 슈퍼리그, UEFA, 유럽 클럽들 간에 벌어진 '이슈'에 대한 정리다.


이 난제에 대해 필자는 축구팬의 입장에서 찬성하는 입장이다. 매주 빅클럽들의 뜨거운 매치업을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기대를 충족하지 않는 경기력, 중계권료, 경기 일정, 수익 등에 대한 사항은 슈퍼리그가 현실화된 뒤에 취급해도 늦지 않는다. 우선 한 명의 축구팬으로서 슈퍼리그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다만, 서포터의 입장에서는 슈퍼리그에 반대한다. 아무리 조직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들이 이룩해온 전통과 역사를 부정하는 행태는 너무도 아쉽다. 야구, 농구와 달리 축구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라고 불릴 정도의 국제성을 자랑한다. 헌데, 이 국제성을 만드는데 막대한 기여를 한 전 조직체의 노력이 슈퍼리그라는 새로운 물결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만큼 UEFA와 클럽들 간에 관계가 더 이상 상충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다.


또한 특정 빅클럽이 다른 약소 클럽들을 뒤로한 채, 자신들만의 이익집단을 형성한 것에 축구의 낭만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역사, 전통, 가치, 낭만 모든 것이 평가절하되는 이 시점은 서포터로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렇듯 슈퍼리그의 등장으로 인해 축구계가 격변하고 있다. 과거 보스만룰, 오프사이드룰, 챔피언스리그 개편 등이 있었지만 머나먼 과거에 불과했다. 그러나 슈퍼리그라는 물결은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변화다. 즉 역사의 흐름에 서있는 것이다.


예상컨대, 슈퍼리그에 대해 개인마다 상이한 시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지금은 역사가 가는 대로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이것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의 한 장면 아닌가. 슈퍼리그의 출범이 파생시킬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직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https://in.naver.com/dan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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