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아스날의 성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리그 10위, 자국 컵대회 조기 탈락,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이 지금까지의 성과다.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이 가진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성적에 대한 책임에는 아르테타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아스날은 아르테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2020년 10월 ~ 12월까지 리그에서 2무 9패의 성적을 보여줬을 때도 말이다. 모두가 경질을 외쳤지만 아르테타는 신임을 얻었고 어느 정도 위기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신임 덕분에 아르테타가 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 역량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명망 있는 명장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에도 아르테타가 전술적으로 막강한 감독임을 드러내는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세바요스의 역할 변화가 그것이다.
지난 시즌 아스날로 임대 이적한 세바요스는 아르테타의 휘하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 전반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배치되는 위치 또한 2선보다는 3선에 가까웠다. 이처럼 아르테타는 세바요스가 가진 활동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헌데, 최근 티어니라는 좌측 공격의 핵심을 잃으면서 세바요스가 해왔던 역할에 변화가 발생했다. 공수 전반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 좌측 공격에 집중하는 역할을 세바요스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단에 게시된 히트맵을 보라.
셰필드, 프라하(2차전), 풀럼, 에버튼과의 매치업에서 드러난 세바요스의 히트맵을 나타낸다. 4경기 모두 좌측 공간에 편중된 움직임을 취고 있다. 이와 같은 포지셔닝을 가져갈 경우 간헐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기도 하고 측면 깊은 공간에 기여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사실상 좌측 메짤라 혹은 좌측 풀백을 합쳐놓은 것과 같은 역할이었다. 이 4경기에서 세바요스는 전부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이는 이번 시즌 개인 최다 연속 풀타임 출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아르테타가 세바요스에게 다음과 같은 변칙적인 역할을 부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술했듯이 티어니의 부상이라는 변수의 작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을 공산이 높다. 티어니는 이번 시즌 아스날이 가진 강한 고리 중 하나였다. 사실상 좌측 공격의 전반적인 부분을 티어니 혼자 행해왔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그 강한 고리가 사라지면서 대체할 만한 자원이나 전술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프라하와의 유로파리그 1차전에서 소아레스에게 좌측 풀백을 맡겼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인 셰필드 전에서 세바요스의 역할 변화가 단행됐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물론 세바요스의 전진은 차선책에 불과하다. 티어니가 돌아온다면 세바요스는 자신이 본래 하던 역할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것의 논점은 세바요스의 역할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팀의 강한 고리를 잃은 시점에서 아르테타가 꺼내든 차선책이 그것의 영향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듯 아스날은 아르테타의 팀이 되어 가고 있다. 전술적인 색채, 팀 운영 등 구단을 아우르는 대다수의 측면들이 아르테타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마치 아스날과 아르테타가 함께 성장해가는 드라마의 서사를 두 눈으로 실감 듯이 말이다. 한때, 경질 1순위로 거론될 만큼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이젠 아스날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비록 지금 당장의 성적은 기대 이하에 가깝지만 이러한 성장의 과정들이 모여 아스날과 아르테타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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