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 부임한 뒤,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적 개념이 대중화되어 갔다. 마치 과르디올라가 새로운 전술을 창조했다는 듯이 말이다. 사실상 '맨시티의 전술 = 하프 스페이스 활용'으로 일반화되어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하프 스페이스'는 절대 창조된 공간이 아니다. 이는 발견된 것이고 그것의 쓰임을 과르디올라가 극대화한 것뿐이다. 지금도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하프 스페이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팀에 속한다. 이번 시즌의 주요 전술에도 하프 스페이스 활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 하프 스페이스를 맨시티가 활용하는 단계는 득점이 만들어지기 직전이라고 볼 수 있다. 슈팅을 때리기 전에 행하는 크로스, 상대를 유인하는 오프더볼 등 공격 작업의 최종 단계에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성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최종 단계를 창출하기 직전에 활용성이 극대화되어야 하는 공간도 있을까?
세간의 인식과 달리 맨시티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상황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은 팀이다. 18-19시즌 사네-스털링을 정발 위치에 와이드하게 배치한 형태, 20-21시즌 포든-마레즈를 정발과 반댓발 자리에 와이드하게 배치한 대형이 대표적인 예시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바로 '와이드'다. 위에 게시된 사진을 보라.
윙어가 와이드하게 벌려 설 경우 'V' 표시가 된 측면 공간에서 온더볼을 취하는 빈도가 상승한다. 이때 윙어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선 주변 선수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20-21시즌 맨시티는 이 공간에서 수적 동위 혹은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 게시된 사진은 데브라이너의 20-21시즌 히트맵을 나타낸다.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는 빈도가 높은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비드 실바가 있을 때는 주로 우측 하프 스페이스(박스 바깥)를 직접적으로 점유하던 것과 상이한 동선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데브라이너가 좌우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임에 따라 측면에 위치한 윙어, 풀백과 수시로 삼각 대형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숫자 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데브라이너와 달리 귄도안과 B.실바는 각각 우측과 좌측 측면에 편향된 움직임을 가져간다. 이 두 선수가 우측 혹은 좌측을 점유함에 따라 맨시티는 고정적으로 3명의 선수를 측면에서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측은 칸셀루-마레즈-B.실바, 좌측은 진첸코-포든-귄도안이 측면 숫자 싸움에 가담하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맨시티는 최종 공격 작업을 행하기 전에 윙어가 있는 측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비단 맨시티만이 이 와이드한 측면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PL의 맨유, 리버풀과 같은 팀도 해당 공간에서 유의미한 상황을 자주 만들어내는 팀에 포함된다. 그러나 과르디올라의 맨시티처럼 좌우 모두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는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맨시티의 전술이 하프 스페이스 활용으로 일반화되는 행태는 적합하지 않다. 하프 스페이스의 효용을 최대한 뽑아내는 전술을 사용한다는 표현이 옳을 것으로 사료된다. 무조건 맨시티와 하프 스페이스를 결부 지어 말하지 말고 맨시티가 하프 스페이스로 가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특정 전술을 사용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과르디올라와 맨시티가 측면에서 우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하프 스페이스의 가치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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