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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포르투갈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의 우승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호날두라는 간판스타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의존증이 심했고 스쿼드도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조별리그를 3무로 통과하며 졸전에 졸전을 거듭했다.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 또한 전력적인 열세를 인정하고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선택했을 정도로 실리적인 운영을 펼쳤다.

그랬던 포르투갈이 유로 2016, 러시아 월드컵, 네이션스리그를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호날두와 페페가 건재함과 동시에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도 실바, 안드레 실바, 후벵 디아스, 주앙 펠릭스, 헤나투 산체스, 디오구 조타, 다니엘 포덴세 등 걸출한 자원들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스레 포르투갈의 선택지가 늘어났고 더 이상 실리적인 운영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유로 2020 헝가리 전이다.

포르투갈은 1-4-2-3-1 대형으로 헝가리 전에 나섰다.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면 3선에 다닐루 페레이라와 윌리엄 카르발료를 동시에 기용하는 투볼란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헝가리의 간헐적인 역습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즉, 포르투갈의 목표는 공격과 수비를 철저히 구분한 뒤 헝가리를 완전히 가둬놓고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헝가리의 홈그로운 이점과 포르투갈 공격진의 미흡한 결정력으로 인해 약 80분간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포르투갈이 하고자 했던 목표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에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음 수를 꺼내든다. 70분경 B.실바를 빼고 하파를 투입해 우측 측면의 파괴력을 더했다. 또한 80분경 윌리엄 카르발료 대신 헤나투 산체스를 투입해 중원의 에너지 레벨을 높였고 호날두, 브루노 등과 엇박자를 내던 조타 대신 안드레 실바를 투입해 새로운 조합을 꺼내들었다. 물론 교체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하파, 헤나투 산체스는 80분 이후에 터진 포르투갈의 모든 득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포르투갈의 다양한 선택지가 파생시킨 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용할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유로 2020의 포르투갈은 유로 2016의 포르투갈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스쿼드의 질, 전술적인 선택지 등 모든 면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유연하게 실행한다. 이것이 스쿼드의 깊이가 가져오는 강력함이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은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라 우승 후보로 불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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