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득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득점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종 터치 즉 슈팅을 하는 선수는 한 명이지만 슈팅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작업 과정에는 볼을 가진 선수뿐만 아니라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의 기여도 포함된다. 즉, 볼을 가진 한 명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9명의 오프더볼이 득점을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오프더볼은 동료 선수에게 공간적인 자유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공격 포지션 선수가 수비 포지션 선수를 유인하면 다른 공간에 있던 공격 포지션 선수에게 비교적 넓은 공간이 주어진다. 오프더볼을 취하는 선수가 미끼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인 유인책은 경기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지난 유로 2020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도 다음과 같은 유인책을 통해 득점이 만들어졌다. 하단에 게시된 사진을 보라.
이탈리아의 선제골이 파생되는 작업 과정을 나타낸다. 중앙에 위치해 있던 벨로티는 측면 공간으로 오프더볼을 가져갔다. 이때 오스트리아의 센터백 힌터레거가 벨로티의 움직임에 의해 측면으로 유인됐다. 또한 중앙에 넓은 공간이 발생한 것을 포착한 페시나도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고 오스트리아의 좌측 풀백 알라바가 중앙 공간으로 끌려 들어왔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의 수비 대형이 우측으로 치우치게 됐다. 자연스레 이탈리아의 우측 측면에 위치하고 있던 키에사에게는 드넓은 공간이 주어졌다. 사실상 프리 찬스를 잡은 키에사는 단 세 번의 터치로 오스트리아의 골문을 열어냈다. 키에사의 마무리도 훌륭하긴 했지만 벨로티와 페시나의 기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처럼 아무리 강력한 수비진을 구축한 상대라고 해도 동료들의 유의미한 움직임이 더해진다면 찬스를 생성할 수 있다. 우리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상대의 공간으로 움직여야 하고, 상대의 공간으로 움직여야만 상대의 공간을 탈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팀 전체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 조직력과 지능이 극대화될 때 득점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상술한 키에사의 득점 과정은 이탈리아의 조직력과 이탈리아 선수들의 지능을 단편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걸출한 스타를 보유한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이번 유로 2020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뿜어내고 있다. 이미 우리가 알던 아주리는 부활했다. 남은 것은 1968년 이후 약 53년 동안 차지하지 못했던 유로 챔피언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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