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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아스날] 탄코의 부상이 불러온 나비효과

게티이미지코리아


19-20시즌 FA컵은 아스날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 경기의 전환점은 아스필리쿠에타의 부상이었다. 그가 부상으로 빠진 35분 이후 첼시는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공격이 잘 풀리던 전반 쿨링 브레이크 이전까지 무려 3개의 유효슈팅을 시도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스필리쿠에타가 부상으로 나간 이후 램파드가 준비한 공격 전술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 첼시의 공격과 수비 모두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그의 공백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첼시에겐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경기로 보여진다. 그럼 오늘 아스필리쿠에타 유무가 첼시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 왔는지 알아보자.




# 아스필리쿠에타 부상 전 대형



아스날전 제임스, 마운트, 탄코 히트맵


탄코의 이탈 전까지 첼시의 주 공격 루트는 오른쪽이었다. 빌드업시 첼시는 뤼디거와 조우마가 최후방을 맡았고 오른쪽에 위치한 탄코와 제임스를 모두 전진 배치시켰다. 탄코는 측면으로 와이드하게 벌려섰고 센터서클까지 전진했다. 이에 윙백 제임스는 마운트가 위치한 지점까지 올라가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마운트는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 공격에도 집중 할 수 있었다. 이는 위에 게시된 세 선수의 히트맵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오른쪽 측면에 집중된 탄코, 전방 높은 곳에서의 빈도수가 상당한 제임스, 전방 모든 곳에서 움직임을 가져간 마운트. 이와 같은 오른쪽에서의 대형은 첼시의 선제골이 만들어지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 첼시의 노림수


첫번째 사진 - 쓰리백과 중원 사이 벌어진 간격, 중원 두 선수 간에 벌어진 간격 두번째 사진 - 첼시 쓰리톱의 시너지


첼시가 집중 공략한 건 아스날 미드필더와 센터백의 사이 공간이었다. 상술했듯이 탄코, 제임스가 전진하면서 마운트는 보다 유동적인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지루, 풀리시치와 아주 좋은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아스날의 약점은 단연 수비력이다. 쓰리백은 말할 것도 없고 2선에 자리한 세바요스와 자카 또한 수비적인 면에 있어선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세바요스와 자카는 공격 전개, 패스, 빌드업에선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수비시엔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램파드는 아스날의 쓰리백과 중원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을 때와 중원 두 선수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을 때를 노렸고 이는 선제골로 이어졌다.


선제골 장면을 되짚어보자. 조르지뉴가 중앙 섹터에서 공을 잡을 때 세바요스와 자카 사이에 간격이 다소 벌어진 상태였다. 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두 선수 뒤에 위치하고 있던 풀리시치에게 전진패스를 뿌린다. 곧바로 돌아선 풀리시시치는 마운트에게 볼을 연결했고 마운트는 지루에게 땅볼 크로스를 선사한다. 다소 밋밋한 크로스였으나 지루의 센스 넘치는 아웃프런트 패스가 풀리시치에게 이어지면서 득점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에서 램파드가 아스날을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모든 공격 옵션이 드러난다. 첫번째, 조르지뉴가 패스를 줄 때 쓰리백과 중원 사이 간격이 굉장히 벌어진 상태였다. 두번째, 탄코가 와이드하게 벌려선 상태에서 제임스가 전진배치됐다. 세번째, 제임스가 전진해 우측면을 커버함에 따라 마운트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네번째, 마운트 뿐만 아니라 풀리시치도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두 선수는 간헐적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아스날 수비진을 교란했다. 다섯번째, 마운트-지루-풀리시치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로 득점에 성공한다.




# 탄코가 나간 이후


35분 전까지 제임스, 조우마 터치맵
35분 이후 제임스, 조우마 터치맵


위와 같은 공격 전술은 탄코의 부상 전까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탄코가 부상으로 나간 이후 조우마가 그의 임무를 대신 수행했지만 기동력, 전술 수행력, 호흡 등에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사실 탄코와 다른 유형의 수비수에 속하는 조우마에게 탄코의 역할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판단된다. 램파드도 이를 알기 때문에 탄코가 나간 이후 위와 같은 공격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조우마는 탄코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탄코와 유사한 역할이었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다.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성향이 짙었는데, 이는 첼시의 공격력이 반감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임스도 탄코가 나가자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측면에 집중된 임무를 맡았던 제임스는 35분 이후 중앙으로 간격을 좁혀들어오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그가 날린 두 번의 슈팅도 이러한 변화에 의해 파생된 결과물이었는데 모두 골대를 크게 벗어나며 무위에 그쳤다.


이와 같은 급작스러운 전술 수정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전술의 핵심이 이탈하자 뜨거웠던 첼시의 공격력은 엔진을 잃은 것처럼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램파드와 첼시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센터백 옵션이 4명에 불과한데 사용해야 하는 선수는 3명이다. 포백으로 변화를 주기엔 수비적인 리스크가 상승한다. 이 때문에 공격과 수비 모두에 있어 핵심적인 선수인 탄코의 부상은 첼시에게 치명타였던 것이다.




첼시에겐 많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전반 중반까지의 흐름은 첼시의 것이었다. 비록 탄코가 PK를 내주긴 했지만 그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필자는 결코 첼시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변수가 발생했고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이것 또한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으로 첼시는 탄코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고 아스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첼시보다 강했던 건 아스날이었다. 그들은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자격이 충분했다.



https://in.naver.com/dan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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