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전환, 활동량. 이 3가지는 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건 강팀들의 필수적인 전술 구도가 되었다. 이를 위해선 선수들의 활동량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리버풀, 맨시티 등이 이 3가지 키워드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우리는 19-20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바르셀로나의 몰락을 지켜봤다. 압박, 전환, 활동량 이 3가지 중 지금 바르셀로나 전술에 부합하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다. 활동량이 부족한 선수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전방 압박을 하는 것과 받는 것 모두에 취약하다. 당연히 공수 전환도 느릴 수밖에 없는 형태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뮌헨전 대패의 파장은 거셌다. 아비달 기술이사와 키케 세티엔 감독이 경질됐고 수아레즈, 부츠케스 등이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로날드 쿠만 네덜란드 감독이 팀 개편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20-21시즌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2022년까지다. 대대적인 개편 작업의 서막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14-15시즌 트레블 이후 매 시즌 하향세를 타고 있다. 세대교체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쿠티뉴, 뎀벨레, 그리즈만, 랑글레, 아르투로, 더 용 등을 영입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뎀벨레는 시즌의 70%를 부상으로 누워있고 그리즈만과 더용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는 자리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쿠티뉴와 아르투로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각각 뮌헨(임대)과 유벤투스로 떠났다. 영입된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하자 팀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선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기엔 더 이상 몸이 받쳐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대 축구가 추구하는 방향과 동떨어진 유형의 선수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리그에서는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의 일전이 대다수이기에 바르셀로나의 구멍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최정상급 레벨에서 경기가 펼쳐지자 이들의 현실이 만 천하에 공개됐다. 그 경기가 바로 뮌헨에게 당한 2 대 8 리스본 참사다.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기는커녕 압박을 가하지도 못했다. 뮌헨의 강한 압박에 볼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공격으로의 전환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압박과 전환을 뮌헨과 비슷하게 행하기엔 선수들의 체력, 활동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것이 지금 바르셀로나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쿠만 감독과 함께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시기다. 노쇠화됐다는 평가가 대다수이나 아직 바르셀로나엔 유능한 재능들이 많다. 이 쿠만판 개편은 단연 세대교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더 용, 안수 파티, 뎀벨레 같은 선수들을 위주로 말이다. 그동안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팀이 바르셀로나였다. 하지만 이젠 메시도 그가 경기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 줄여야 할 때다. 지난 3년간의 굴욕적인 패배에 메시의 책임이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메시를 내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아직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메시마저 내치기엔 너무도 리스크가 크다. 이에 혹자들은 ' 뛰지도 않는 메시를 굳이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하나? ' , ' 메시 없이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기이기에 그도 방출 대상에 올라야 한다 ' 등의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리그 득점, 도움 1위를 석권한 그는 아직 바르셀로나 아니 세계 최고의 선수다.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다른 선수들의 전성기급 기량을 뿜어내는 선수를 어떻게 내칠 수 있겠는가. 다만 상술했듯이 온통 그에게 맞춰진 전술 흐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 중 활동량이 적고 기동력이 부족한 선수는 메시 하나로 족하다. 그 외 부스케츠, 수아레즈, 라키티치, 비달 등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 부스케츠로 인해 더용이 수아레즈, 메시로 인해 그리즈만이 희생됐다. 이젠 더용, 그리즈만을 위해 부스케츠, 수아레즈, 메시 등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정말 이들이 바르셀로나를 위한다면 말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실패를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거다. 지난 5년간 바르셀로나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그 5년간 많은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변화하라. 교훈을 얻어라. 이젠 정말 보여줘야 한다. 12시즌만에 무관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고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바르셀로나는 기나긴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다. AC밀란, 인터밀란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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