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땅에서 첫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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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요일이 된다.
너에게는 조금 먼 얘기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사춘기를 겪어. 삼촌은 고등학교 때쯤 사춘기가 왔던 것 같아. 머릿속은 늘 복잡했고, 이유도 모른 채 어떤 행동을 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 그런 마음에 수업 시간에도 멍하니 앉아있거나 학교 숙제를 일부러 하지 않은 적도 있었어.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쳐 나와서 그냥 하염없이 길을 걸을 때도 있었던 거 같아.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는 거야. 지유야. 차가움보다 무서운 것이 있다면 그건 미지근함이라고 생각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삼촌은 그게 가장 두려워. 그때는 잦은 방황을 하게 돼.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멍하니 앉아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지. 모든 과정도 결과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야.
삼촌은 이곳에서 뜨거움의 시간을 지나고, 차가움의 시간을 거쳐서 미지근함의 시간에 머무르게 되었어.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서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을 후회했고, 앞으로 보내게 될 시간에 자신은 없어졌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온도를 잃어버린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거든. 삶을 일주일이라고 치면 삼촌은 목요일이 되어버린 거야. 수요일까지의 삶을 바라보지 못했고 남은 금, 토, 일에 애정을 갖지 못한 채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아? 내 앞과 뒤, 모두가 의미를 잃어버린 거잖아. 지금은 목요일 밤 11시 45분쯤으로 할게.
지유야. 삼촌은 목요일의 끝자락쯤에서 생각해. 이렇게 방황하고 흔들렸다면 목요일은 나에게 필요 없는 시간이었을까? 이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조금의 여유가 생긴 지금에서야 대답할 수 있는 건 분명 아니라는 거야. 목요일이 없으면 금요일은 오지 않아. 금요일이 오지 않으면 편히 쉴 수 있는 주말도 오지 않겠지. 그러니 의미 없는 시간은 없는 거야. 뜨거움과 차가움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면 미지근함이 필요한 시기도 분명히 있는 거야. 삼촌은 네가 시간의 어디쯤에서든지, 온도의 어디쯤에서든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지근함도 분명 너의 조각을 맞춰줄 거라고 믿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