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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Mar 17. 2021

권위 있는 존재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얼마 전 고등학교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일을 다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려는데, 배를 움켜쥐고 표정을 찡그린 한 학생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많이 아픈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중년의 선생님이 그 옆을 지나가다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를 던졌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배가 아파서 보건실에 가려한다고 설명을 했고, 선생님은 그럼에도 왜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되는지 이야기를 했다. 상황이 어떻게 끝나는지 다 보지는 못한 채 건물을 나오면서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차를 타고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는데 중고등학교 생각이 났다. 학창 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 때 우리들 사이에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관광버스의 가장 맨 뒷자리는 반에서 가장 인기 있고 힘 있는 친구들의 자리라는 것. 그 다섯 자리는 위계 없는 친구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권위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권위를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지만, 너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 그 차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 이 차이가 우리 사이의 간격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학습당한 권위는 반드시 거부감과 반항심을 야기한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느껴봤을 것이다. 


 이런 일을 경험하고 며칠 뒤, 내가 구독하는 노령의 교수님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다. 교수님은 본인 업무의 현장, 삶의 현장 등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게시하셨고, 다수의 방문객들이 종종 댓글을 달곤 했다. 내가 읽은 글은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게시물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몇몇의 사람들이 교수님의 생각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댓글이었다. 며칠 뒤 그 사람들의 댓글에 교수님이 응답을 하셨는데, 그 내용이 참 명료하고 명쾌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 나서는 차분히 그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더 많이 배웠고 경험했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옳다 그르다도 평가하지 않는 대등한 상호작용이었다. 나는 온라인 상의 짧은 대화에서도 어떤 권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목격했던 상황들이 스쳐 지나갔고, 나는 어떤 권위로 무장되어 있고 누구에게 그걸 강요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권위적인 사람'보다는 '권위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중고등학교의 중앙계단은 모두가 다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장수, 대한민국(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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