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show you
'거실'이라는 이름의 카페에 갔다. 절반 정도는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급하게 읽어야 할 책들이 있어서였다. 남의 집 거실이었지만, 실내는 꽤 아늑했고 조용했다. 무엇보다 사장님의 담백한 인사는 편하게 거실을 써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테이블 서너 개가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책을 펴놓고 서로의 손을 만지고 있었고, 초조해 보이던 젊은 남자는 누군가를 만나 중고시계를 직거래했다. 그는 엉겁결에 거래는 했지만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딸랑딸랑. 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면 사장님은 일어나서 손님맞이할 준비를 했다. 사장님의 대화는 군더더기가 없다. 인사와 주문, 주문 확인이 전부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누군가에게는 드시고 가실 거죠?라고 묻지만 누군가에는 가지고 가실 거죠?라고 묻는 것이었다. 능숙한 가게의 점원들은 손님이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물건을 살지 안 살지 안다나. 사장님도 마찬가지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분명히 가지고 갈 것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드시고 가실 거죠?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