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나의 롤 모델

엄마의 여행일지, 히말라야 트레킹

by Dana Choi 최다은


엄마가 여행한 곳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제주도, 동해 가릴 것 없이 올레 길을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내 동생이 결혼을 한 달 앞둔 시점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셨다. 누군가는 둘째 딸이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한 달 앞두었는데 어찌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면, 결혼 한 달 전은 결혼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엄마가 할 일도 없었기에 크게 문제는 없었던 것도 맞지만 동생의 불평과 염려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엄마 몫이었다. 엄마의 여행일지를 읽어보면 얼마나 엄마가 꿈에 그리던 곳이었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동시에 오고 가는 비행기 상황이나 여행 중의 모든 환경 중에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도 기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언제부터 인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게 되었다. 히말라야 무릎 언저리라도 설렁설렁 걷고 싶었다. 트레킹 최적 기라는 11월이 다가오면 몸살을 앓다가 드디어 2014년 8월에 항공권을 질러 버렸다. 대한항공 직항보다 무려 50만 원이나 싼 남방항공 광저우 경유 비행기. 네팔지진 나기 전인 14년 11월에 다녀왔는데 그 후의 지진 소식은 정말 안타까웠다. 함께 다녔던 가이드는 괜찮겠지. 그의 가족과 집은 별일 없겠지. 많은 도움을 받았던 포카라의 놀이터에선 오늘저녁에도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려나?

입산허가증인 탐스, 퍼밋, 가이드 겸 포터와, 포카라까지 왕복할 네팔 국내선 항공티켓, 그리고 포카라에서 시와이까지 타고 갈 지프차는 놀이터에 의뢰해 미리 준비해 놓았다. 네팔비자는 카트만두공항에 도착해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했지만 두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단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도착하는 항공편이라 서울서 비자를 미리 받기로 했다. 한성대입구에서 내려 지도 보며 겨우 찾은 네팔대사관을 두 번이나 오르락내리락거리며 비자를 받아 좀 힘들었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빛의 속도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우쭐대었다. 공항을 나가면 삐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가방부터 뺏는다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무사히 택시에 올랐다. 다음날 일찍 포카라행 비행기를 타야 해서 무조건 공항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는데, 웬걸 이런 곳에 호텔이 있을까 게 깜깜하고 좁은 비포장 골목을 티코 같은 인도산 택시는 거의 머리가 천장에 부딪칠 정도로 덜컹 거리며 한참을 달린다. 중국서 관광객이 장기 밀매단에게 끌려갔더라 는 괴소문이 생각날 만큼 으스스해질 무렵에야 클랙션 소리에 끼이익 철문 열어 주는 낡은 호텔에 도착했다. 다행히 내부는 깔끔해서 푹 잘 수 있었다.

엄마의 여행일지 중에서


보통의 여느 가정과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 모녀 대화는 걱정하는 대상이 뒤바뀌었다고 할까. "엄마 너무 위험하지 않아?" "괜찮아 딸들아, 엄마가 다 알아보고 가는 거야 걱정하지 마." 부모들이 자식들이 무언가를 도전할 때 먼저 걱정하곤 하는데 우리 가족의 대화는 엄마가 도전을 하는 무엇에 대해 딸들이 걱정부터 시작하는 구조이다. 엄마는 늘 사람들이 꿈꾸던 것을 동경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멋있다. 물론 때때로 걱정되는 여행도 있고 무모하게 느껴지던 도전들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오늘도 또 도전을 꿈꾼다. 나이 들어갈수록 엄마의 인생을 닮고 싶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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