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여행사랑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웃음이 많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즐거운 이야기를 할 때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크게 웃는 편이다. 하하하하하! 게다가 웃음 장벽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넌 참 밝고 긍정적이야 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웃음이 많다는 것은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주 행복을 줬다는 증거 인지도 모른다 라는 글을 보고 깨달았다. 웃음이 많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흔적임을.
엄마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엄마의 힘든 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딸에게 전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 낼 수 있었을까? 이 정도 살아보니, 완벽한 가정은 없다는 것을 안다. 어떤 가정이든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들이 있다. 우리 가정도 마찬 가지였다. 겉으로 보아서는 늘 화목하고 좋았던 것 같지만, 엄마 아빠도 여러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지나왔다는 것을 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나에게 한탄하거나 원망하며 불행을 그리는 이야기를 내뱉었던 적이 없었다.
어떠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그 상황 속에서 타인을 원망하고 나의 처지를 한탄하고 불행한 미래를 확신하며 오랜 시간 좌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엄마는 늘 전자를 택했다. 엄마의 강한 정신력과 의지는 어디서 나온 걸까? 물론 혹자는 타고난 유전자 기질을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의 인생을 보며 말하고 싶다. 엄마는 늘 자연스럽게 나오는 편한 감정에 대항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불행을 그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엄마는 그런 감정에 대항했다. 적극적인 의지를 개입해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리고 희망 가득한 미래를 상상하며 이겨냈다.
그 힘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해 보았을 때 첫 번째로 생각난 것이 엄마는 자연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여 그 자연을 경험하고자 걷고 보고 느끼는 사람은 자연의 그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는 종종 말하곤 했다. “자연의 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위엄에 압도되곤 한다. 이것을 누가 창조 하였을까? 그에 비해 인간은 참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야.” 엄마는 자연 앞에 늘 겸손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과 닮아 있다. 자연과 닮아 있다는 것은 자연의 흐름에 기꺼이 저항하지 않으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지혜를 발견해 간다는 것이다.
인생은 늘 뒤통수를 맞는 것이라는 드라마 대사도 있지 않나. 나도 뒤통수를 여러 번 맞았다. 그것도 조금 세게. 힘든 시간에 무너져 버리고 싶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어느 순간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오늘의 현실적인 것들을 해결하고 또다시 미래를 희망으로 그려보는 것. 무너지는 마음을 붙들고 소망을 바라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오늘 하루가 소망 하나 없이 무기력 한 사람이 있다면 말해 주고 싶다. 나무나 산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무작정 걸어보라고. 그 풀내음에 한껏 취해보고, 벌레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걷고 또 걸으며 그 안에 켜켜이 묵었던 생각들을 꺼내어 보는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자연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다 보면 분명 소망이 없다고 말했던 당신의 입에서 소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 자연은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분명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창작자들이 산책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걸으면서 막혀 있던 생각들이 뻥 뚫리는 경험담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오늘의 아주 작은 의지가 당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시작이 될 것이다. 힘들다고 징징 될 시간에 걷자. 적극적으로 걷고 또 걸으며 내가 걷고 있는 모든 자연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개미가 줄지어 먹을 것을 짊어지고 이동하는 행렬을 보며 “너희도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구나! 힘내 파이팅!”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이 무너지고 힘든 시간은 이 또한 지나간다. 엄마가 자연을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도 그 안에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힘든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그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보냈을 때, 자연은 우리에게 보상을 해 주듯 기쁜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게 한다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