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완전히 존재할 수 있는 재능

우연을 가장한 만남의 축복

by Dana Choi 최다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의 축복. 태어나서 지금까지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연결들. 그 관계들을 어째서 만날 수밖에 없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랍고 놀랍도다.


최근 친구와 대화하다가 깨달음이 만난 지점이 있다. 학창 시절 공부에 열심을 내었을 때 엄마는 나에게 어떤 뾰족하고도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준 적이 없다. 딸이 무엇을 하든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살다 보니 나는 엄마와 기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 성취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여전히 그것을 이루어 가려는 목마름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결핍을 느끼게 하는지 알고 있다.


엄마가 나의 달란트를 구체적인 꿈으로 연결할 수 있게 이끌어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다은을 성취의 기준으로 보는 엄마를 만났다면 어릴 때 병적으로 두려워하고 부정적이었던 나이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늘 쫓기며 하루하루 부족한 것만 눈에 보이는. 사랑스럽지 않은 성인이 되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엄마 같은 사람이 나의 엄마라 참 다행이라는 것. 태어나서부터 허락된 만남의 축복을 새삼 다시 감사하게 된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부모도 없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진 내 입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나 싶다.


태어나자마자 만나는 부모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 허락된 만남의 축복에 감사하며 그 복을 나누며 살아가야지라는 생각. 엄마가 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던 그 감사가 내 삶에 빛을 발하게 된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니까. 감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조차 희미한 빛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엄마의 선한 마음이 나의 삶에 들어와 끼친 수많은 영향 중에 하나가 만남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온 인연이 분명 자연스레 연결된 끈이지만 지금의 모습 속에 묻어나는 향기가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다정함의 첫 향이었는지 사랑스러움의 잔향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결국 받은 경험치에서 나오는 최다은 향기일 테니. 시작은 내 것이 아니었기에 감사한 것이다.


물론 엄마라는 대명사를 쓰고 있지만 글을 쓰면서 만나는 나는 아빠 똑띠이다. 그런 아빠도 포함된 것이니 서운해하지 마시라. ㅎㅎ


만남의 축복 중 초등학교 언니를 빼놓으면 안 되겠지. 엄마를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아이. 사랑스러움이라는 단편적인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아름다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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