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엉망진창이지만 감사해

by Dana Choi 최다은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분주한 일요일

일요일은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이다. 그리고 가장 '외향적인 나'를 만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목을 겨우 가누는 아가(태어난 지 100일이 겨우 지난)부터 유치원 들어가기 전 아가들까지, 보기만 해도 어쩔 줄 모르는 귀여움이 묻어나는 꼬맹이들이랑 영유아부 예배를 드리는 선생님이 된다.


아가들이랑 찬양도 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하고 정리하는 회계로써 봉사를 한다. 한 시간 남짓 시간에 땀이 난다. 20여 명의 아가들과 정신없는(?) 예배를 드리고 난 후 회의도 하고 집에 오면 늦은 오후시간이다.


어김없이 새벽 4시 기상

주일을 감사하게 기쁘게 보내고는 있지만 월요일 아침은 일어나기 제일 힘든 요일이다. 힘든 요일을 어필하느라 설명이 길어졌다. 새벽 4시 알람이 울린다. 사실 1시간가량 전부터 코어수면에서 램수면으로 넘어가(약간의 선 잠 상태..) 있다가 알람소리에 눈꺼풀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눈꺼풀 근육 튕기기 스킬인지 뭔지 나도 몰라 일단 일어난다.


버거운 월요일 시작

성경책을 펴고 오늘 읽을 부분을 읽는다. 집중이 되지 않아서 여러 번 읽는다. 잠이 덜 깼다는 증거이다. 일 년에 1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매년 1독을 목표로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말씀은 늘 새롭다. 이제 글을 다듬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저장 글도 없고 미리 준비를 좀 했어야 했는데 부족하다 부족하다. 우왕좌왕하다 5시가 다 되어간다.


4:50 알람이 울린다. 새벽독서 줌 입장이요!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책을 읽는다. 교수님 강의를 듣고 7시. 이미 맘에 들지 않는 글은 발행되었는데 수정을 한다. 삭제는 할 수 없고 다시 새로운 글은 쓸 수 없으니 오늘 글을 썼지만 사실상 실패. 매일 같이 글을 쓰는 훈련은 쉽지 않다. 작년 8월 초부터 매일같이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호흡이 가쁘게 겨우겨우 연명하듯 하는 날이 많다. 괴로운 적도 많은데 하는 것은 좋은가보다. 그.냥.한.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

오늘은 아이를 9시 전까지 데려다줄 스케줄이 있어서 아침시간 정말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이 밥도 차려주고, 남편 출근 전 샐러드도 만들고 완성된 모습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과정이 꽤 시간이 걸린다. 빨래정리 등 집안일도 마무리할 때쯤 시간을 챙겨보니 8시 반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5분이나 늦었다.


“얼른 옷 입어 김주아! ”아이에게 명령하듯 소리를 높이고 차선 변경을 재빠르게 요리조리 하며 늦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는데…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어떤 무.식.한 아줌마(나와 같은 아줌마지만 이럴 땐 아줌마가 욕처럼 들림)가 차로 막아놓고 서 계신 것 아닌가. 후….


다혈질을 발휘하다

창문을 내리고 “거기 차 좀 빼주세요! “라고 외친 후에 잠시 기다렸는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시 창문을 내린다. “저기여! 차를 뒤로 빼달라고요! 여기 지금 제 뒤로 차 안 보이세요? “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 차도 내 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서 건물 들어가는 길목, 나오는 길목이 그 멍.청.한 아줌마 덕분에 모두 막혀있고 아이 스케줄은 5분이나 늦었다. 가뜩이나 다혈질인 내가 요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있다며 스스로 토닥이고 있었는데 다급한 상황에서 또다시 욱! 하는 기질이 발동한다. 다시 한번 언성을 높인다.


"차 빼시라고요!!!!! “ 당황한 아줌마는 나의 기세에 놀라 후진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데 초보였는지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던 것. 건물 관리 하시는 분이 나오셔서 아줌마 후진을 돕는다. 나는 내 차가 빠져나갈 최소한의 틈이 생기자 곧바로 건물에 진입한다. 화를 가라앉히고 싶은데 올라온 분노가 쉬이 진정이 안된다.


어설픈 마무리와 지혜로운 딸

“십 분이나 늦었지만 주아야 재밌게 하고 와” 딸아이가 그렇게 말하면 별로 하고 싶지 않는다는 말에 “그럼 하지 말래! 당장집에 가자!” 협박하는 말투로 어조를 높이니 엄마보다 지혜로운 딸아이가 말없이 나를 꼭 안아준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물론 이 행동은 나에게 배운 것 같다. 딸아이가 불안해하고 자지러지게 울 때 나는 항상 괜찮다고 안아 주었으니까. 아이가 안아주는 순간 흥분된 감정은 스르르 녹는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어 정신을 차리고 딸아이에게 간신히 미소를 보내며 들여보낸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눈물

옆 카페로 가서 제일 구석진 자리를 잡고 치아바타와 커피를 주문해 앉았는데 치아바타 한 입 물고 맛이 올라오기도 전에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 앞에서 누군가에게 화를 낸 자신에게 속상해서 눈물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흐느끼면서 내가 왜 우는지 모르는 눈물이 나온다.


그 멍청한 아줌마는 몇 년 전에는 초보였던 나처럼 매우 서툰 상황일 수도 있었는데 (물론 주차장 들어가는 건물입구를 막는 몰상식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굳이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됐었다. 아이 스케줄이 늦는 것이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아니다 늦는 것이 매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으니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일까. 스스로가 너무 못나 보여서 울었을까.


치아바타가 목에 걸리는 듯한 메임에 잠시 멈추고 따뜻한 커피를 홀짝인다. 어제 남편이 나의 태도에 대해 몇 가지 지적을 했는데 시작은 여기서부터 인 것 같다. 날카로운 화살을 본인에게나 돌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하면 2달 금연의 예민함과 맞닿아 크게 폭발할 것만 같았다. 꾹꾹 눌러 담고 내 감정을 존중해 주지 못했다.


나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

나는 줄리언을 한없이 사랑하는 까닭에 녀석이 나약하더라도 본래 모습대로 있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주1). 고통스러운 순간 책을 읽다가 깨달음…이라는 것이 나에게 온다. 맞아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주2). 나의 욱하는 기질도, 조급함도, 아이에게 부족한 모습도 모두 나의 결함과 한계 때문에 나를 사랑해 주신 존재가 있었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난 왜 내가 그 결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나를 그렇게 받아주시는데. 교만이다. 또 교만이라는 놈은 나를 늘 힘들게 한다. 내가 뭐라고 스스로에게 자꾸 기대치를 내려놓지 못해.


최다은의 날것을 대면하라는 신호인가 보다. 나의 날것이 너무 부끄럽다. 최다은이라는 날것에 대한 집착이 나를 또 가둔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 16:24] 자기 부인,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을 부인하는 자는 스스로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묻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올바른 성품 그리고 지치지 않는 힘을 달라고 매 순간 기도하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결함을 인정하고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남편이 나에게 비판의 화살을 꽂을 때 '나를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해야 했었고 입구를 막은 무식한 아줌마도 초보인 것을 감안하면 조금 기다려줄 수 있었다. 물론 잘못한 것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언성을 높일 필요는 없었다. 스스로의 결함을 인정하고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 결함을 찾아나기 시작하면 온갖 새로운 생각과 만나게 된다. 그런 생각들은 양심과 나누는 대화이고 어떤 점에서는 하나님과 의논하는 것이다(주3).



한계가 없으면 어떤 이야기도 없으며, 어떤 이야기도 없으면 삶이 없다

전지전능하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절대자를 상상해 보십시오. 그런 절대자에게 없는 게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그에게 없는 것은 바로 한계다(주4). 한계가 없으면 어떤 이야기도 없으며, 어떤 이야기도 없으면 삶이 없다. 꺄 이 구절에서 혼자 감탄을 한다. 한계 투성이라 오늘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한계 투성이라 오늘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최다은 너의 결점도 한계도 모두 너라서 다행이야. 한계 투성이에 결점까지 많아서 겸손히 나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야. 엉망진창이라서 감사하다. 그래서 나 자신을 의지하면 안 되는 것을 오늘도 깨닫게 되니까. 성질은 못됐지만 단순해서 감사하잖아.금방 또 깨닫고 스스로 구구절절 적어보니 괜찮아. 잘하고 있는거야. 토닥토닥.


눈 코 입 보이지 않아도, 부족한 모습도 바로 나 자신이니까. 맘에 드는사랑스러운 사진:-)







주1,2,3,4) 조던 B.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2018, 메이븐


매달 14일,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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