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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Apr 28. 2024

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거잖아

아빠는 외부에서 불을 살짝만 지펴도

활활 타오르는 사람인데

엄마는 왜 자꾸 먼저 불을 지필까?

엄마가 문제다 그렇지?


딸이 말한다.

그런데 엄마, 불을 지펴야 할 때가 있잖아.

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거잖아.

활활 불 타오르는 것이 엄마아빠의 사랑이 아닐까?



남편이 그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힘들다'라는 깨톡을 보낸다. 아내인 나는 새벽에 퇴근한 그와 마주했을 때 한 번쯤 괜찮냐고 물어봤을 법도 했는데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 타지로 출발하는 당일, 그곳에서 또다시 아내와 아이를 위해 한 몸 불사르는 남편에게 묻는다. “우리 꼭 담주에 미국 가야 하는 거야?"


남편이 출국하고 일주일 후에 나와 딸아이가 함께 출국해서 미국에서 시이모, 형님가족을 만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내가 주관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아내와 딸을 보고 싶어서 겨우 회사를 설득해 지원받은 항공권이었고 겸사 형님(남편의 누나)도 남편의 이모도 몇 년 만에 만나는 일정인데 내가 찬물을 확 끼얹은 꼴이다.

남편은 자신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아내의 감정적 태도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사실 아내인 나는 내가 저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말을 하는 순간 남편은 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뱉고야 만다.


그렇게 우리는 한 바탕을 하고 말았다. 정확히 일주일 전, 사랑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어쩌고 글을 장황하게 쓴 바로 그날…





(동지들이여) 부부싸움이 강렬하고 치열하다면 낙담하지 말고 힘을 냅시다! 이곳에 불행 중 희소식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과학적 직접 관찰을 통해 결혼 안정성 및 관계 분석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존 가트만 박사의 3가지 부부갈등 유형을 아는 것이다. 아는 것부터 시작이니까!


1) 갈등회피유형

v 결혼 생활을 가장 잘 안정시키는 유형.

v 전통적 신념이 매우 강한 두 사람의 만남.

v 결혼생활 지지해 주는 종교, 사회, 지역, 여가활동 등 외부지원 체계를 가짐.

v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것에 관심.

v 갈등 회피하는 대신 부부 친밀감 상실 가능성.


2) 갈등폭발유형

v 화산폭발과 같은 격렬한 싸움 자체가 애정표현의 한 부분임을 발견.

v 싸우는 에너지, 열정이 종종 긍정 상호과정을 더욱 활성화시킴.

v 남편은 아내와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특성을 가짐.

v 화해도 잘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음.

v 극단적으로 부정적일 때 부부싸움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


3) 합리적 갈등 해결 유형

v 상호 만족을 위해 협상을 함.

v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의견 충돌이 있을 때에도 상대방의 의견을 중요히 여김.

v ‘알아’ ‘이해해 ‘ 등의 표현을 자주함.

v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당신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싶어요'라는 생각을 가짐.

v ’ 우리‘라는 어휘를 자주 사용함. 부부의 각자 개인 생활을 강조하지 않음.


우리 부부는 ‘합리적 갈등 해결 유형’을 추구하나 현실은 ‘갈등폭발 유형’이다. 과연 합리적 갈등 해결 유형으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부의 경우에 위안이 되는 점이하나가 있다. 아내이건 남편이건 모두 ‘갈등폭발 유형’이라는 것이다. 갈등유형이 다른 경우가 오히려 부부갈등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한다. 예로 아내는 ‘합리적 갈등 해결 유형’인 사람인데 남편은 ‘갈등폭발유형’이라고 생각해 보자. 아내가 갈등을 침착하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폭발적 유형인 남편은 더욱 화를 낸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첨예하게 다르면 서로를 결코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국 이러한 경우는 한 사람이 상대의 유형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되기도 한단다.


결론은 부부가 항상 싸우는 것이나 전혀 싸우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과 감정의 상호작용의 질적인 부분이 이혼까지 가느냐를 결정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갈등폭발 유형이라 한 번 활활 타오른 후에는 아이가 그 모습을 봤을 경우 바로 사과하고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엄마아빠 갈등의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마무리를 잊지 않는다. 싸움이 최대한 피하는 것이 베스트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움이 아이에게 노출했다면 정확하게 설명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이후의 차선책이 아닐까?



공항버스를 기다리면서 남편에게 살며시 묻는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랑 다시 결혼할 거야?"

"이렇게 예쁜 딸이 있는데 당연히 해야지 너랑"


나는 입술을 깨물며 버스를 타는 남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내인 나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깨달음이 있었으면 뭐 하나. 그렇지만 자책은 길게 하면 스스로 죄책감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어차피 다시 마음먹은 것이 시작이니까 또다시 시작해 보는 거다. 내 안의 이 싸움은 내 눈을 감는 날까지 끝이 없을 테니까.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10년을 살아도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워커홀릭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가 변해가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상대의 갈등 유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상대의 갈등유형이 나 자신과 완전히 다르다면 상대와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갈등 해결방식이 같다면 그 안에서 가장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결국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기대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고 서로에게 갈등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그토록 사랑한다는 명백한 증거이니까!


다시 힘을 내어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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