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Choi 최다은 May 12. 2024

인생의 궁극적인 성공이란

당신의 배우자가 해가 갈수록 당신을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결혼이 그런 거잖아요?

한 편 먹고 한 배 타는 거

그 배 뒤집히면 같이 죽는 거고

그러니까 네가 사는 게 내가 사는 거고 그런 거 아니냐고


살다 보면 전세 사기보다 더 기막히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럴 때도 난 내가 탄 배에 홍해인 씨가 같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밤새 물 퍼내고 노 젓고 해도 좀 든든할 것 같아.


결혼은 그런 사람이랑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드라마 '눈물의 여왕' 주인공 백현우가 홍해인에게 프러포즈하며 건넨 말이다. 이 대사와 같다면 결혼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 아닐까? 상대가 잘못해서 배 한쪽이라도 구멍이라도 나면 배가 금세 가라앉게 되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는데 이미 배는 출발해 버렸다면 어떻게 할까? 한 배를 탔다는 이유로 나는 너무나 억울해 미치겠는데 살기 위해서는 물속을 허우적거리며 헤엄쳐 나와야 하고, 성공해서 빠져나온다 해도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


결혼이 꽤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동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MZ세대라는 결혼 적령기 많은 이들이 자신이 상대로 인해 손해 보기도 싫고, 애초에 완벽한 결혼생활이 불가능하다며 결혼이 아닌 연애조차도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결혼을 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기준에 스스로가 못 미친다는 이유를 내세워 결혼을 상당히 기피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눈물의 여왕 백현우는 배에 물이 차서 밤새 물을 퍼고 노를 젓는 고생을 무릅쓰더라도 홍해인만 옆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는 왜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할까?



우리는 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짝을 찾아 결혼을 하는 것일까?




나는 결혼 10년 차 아내이다. 남편을 처음으로 만난 날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되겠구나'라는 직관적 사고가 나를 지배했다. (눈에 무언가 제대로 씌었는지 모르겠다) 4개월 만에 상견례를 하고 11개월 만에 식을 올렸다.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진한 쪽은 남편이 아닌 바로 나였다. 그리고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 꽤 높은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혔다. 그 당시 내 잘못이 아닌 남편이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로 인한 것이었기에 상대를 무척이나 원망했다.


과연 한 배를 같이 타는 게 맞는 것인지부터 혼란스러웠다. 어떻게든 뒤집힌 배를 원상태로 만들어 올라타기는 했는데 배 위에 있는 나는 너무나 불안했다. 이 작은 배를 타고 나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먼 항해를 떠날 수 있을까? 함께 타고 있는 그를 매일같이 저주하고 울고 불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배가 조금은 잔잔하게 지나갈 즈음 나는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풍랑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부도, 어떤 가정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틀어지고 어긋나고 망가지는 너덜거리는 시간들을 겪으며 그 못난 구멍들을 메워가면서 같이 탄 배를, 함께 힘든 시간을 겪으며 서로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의지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여전히 지금도 남편과 함께 탄 배가 어디로 흘러갈지 나도 남편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갑자기 거친 파도가 일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만나게 될지 결코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같은 배에 그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 안다. 만약 나 홀로 배를 타고 인생이라는 먼 여행을 떠난다면 얼마나 두려웠을까?


물론 홀로 씩씩하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배에 함께 올라 탄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때로는 치열하게, 어느 날은 잠시 멈춰서 한가롭게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이제야 알아가고 있으니까.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다가 이 땅에 허락된 시간이 끝나 누군가가 먼저 떠나게 되고 한 사람이 남겨지게 되면 그때 먼저 떠나간 사람이 남겨진 사람을 반겨주는 날까지 우리는 홀로 가는 여정이 아닌 것을…


홍해인 묘비에 적힌 글귀처럼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이 내 인생의 기적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그날까지 언제나 같이 있을 테니까 살아있는 내내 무섭지 않을 것 같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한 장면, 네이버 이미지 발췌


우리가 결혼할 때 만든 청첩장에 쓴 문구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성공이란,

당신의 배우자가 해가 갈수록 당신을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 이 말처럼 살아가고 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감히 나는 "아마도 그런 것 같다"라고 대답할 것이니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이전 14화 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거잖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