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아빠의 코 고는 소리까지 그립다. “ 얼마 전 딸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는다. 딸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는 아빠가 해외에서 장기출장 중이다. 다음달 돼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가 아빠를 보고 싶다고 자주 힘들어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빠와 시차 타이밍도 맞지 않아 하루가 넘도록 영상통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고 한다. ‘쓸쓸하고 비어있는 마음’이라 표현하며 눈물을 뚝 뚝 흘린다.
딸에게는 지금 아이 옆에서 가족을 온전하게 지켜주는 그런 아빠가 필요하다. 어린 딸은 그런 아빠가 자신의 곁에 없다는 이유로 허전하고 불안하고 아픈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보통 딸의 경우 아빠가 첫사랑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남자, 아빠라는 존재가 주는 사랑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 이성을 만나게 될 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빠를 많이 사랑하고 아빠의 사랑을 긍정적으로 느낀 경우는 아빠 같은 사람을 찾게 되고 아빠에게 상처가 크고 아빠의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 경우에는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혹은 아빠가 나쁘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국 익숙한 아빠 같은 사람에게 끌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친정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의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나의 친정아버지는 1953년생이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우리나라 전형적인 아빠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딸 바보의 전형으로 나는 아버지와 대화를 친근하게 나누었고 남자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언제나 든든한 보호자였고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 슈퍼맨이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첫 딸인 나를 끔찍하게 사랑해 주셨으니까,
딸아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외로움은 엄마라는 존재가 채워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딸은 아빠의 부재를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다. 아이의 첫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도와주고 7살 어린 나이에도 장장 18km의 오르락 내리막 자전거 여정을 견디게 하는 힘을 길러 준 아빠이다. 닌텐도 게임을 하며 딸아이가 원하는 즐거움을 함께한 아빠였기 때문에 아이는 항상 그 자리에 자신만을 위해 존재했던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있었어.
그 남자와 여자는 보물을 찾고 싶었어.
그래서 둘이 플러스가 됐어.
보물을 찾으러 먼 길을 떠났어.
그 보물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라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힘든 시간을 통과해야
보물을 발견할 수 있어.
엄마! 우리는 보물을 찾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딸아이가 했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가정에서 딸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였는지도 말이다. 아빠, 엄마와 아이가 한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가 '보물'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딸아이의 아빠로, 남편으로 존재하는 그가 함께 있어야 가정 안에서 '보물'이 완성된다는 것을 말이다. 딸아이가 아빠의 부재를 느끼는 힘든 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보낼 수 있을지 엄마인 나에게 숙제가 주어졌다.
딸아이에게 힘든 지금이라는 시간이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라면 딸아이의 아빠와 떨어져 있는 오늘이 우리 가정에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보물'이 가장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것이라는 진짜 뜻을 알 수 있을 때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니까 말이다.
주)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그레고리 E랭, 이혜경 옮김, 2010, 나무생각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