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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May 26. 2024

부부갈등을 환영합니다!

혹시 부부갈등으로 피 튀기는 전쟁 중이라면 물 흐르듯 아주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자기중심적 본성을 가진, 완벽히 다른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일은 어쩌면 평생토록 갈등하고 맞춰가는 연마의 과정을 기꺼이 대면하겠다는 용기가 아닐까?


사랑이 무엇인지 다 알 수는 없어도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려는 하나님(신)의 놀라운 선물이 될는지도?



결혼을 하고 몇 년을 산 부부가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말하는 사람의 입이 거짓을 이야기하거나, 남편과 아내 둘 다 변화를 피하는 타입이라 상대의 영역을 결코 넘지 않는 유형이거나, 혹은 결혼시기에 이미 인생을 통달하는 지혜를 얻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부부이거나.

대다수의 부부는 살면서 크든 작든 부부갈등, 흔히 말하는 부부싸움을 하며 살아간다. '나’와 다른 ‘너’가 만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자기 중심성을 가진 다른 두 사람이 가정이라는 한 팀을 만들어가는데 처음부터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결혼 이후의 부부생활은 갈등과 화해의 연속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것이 아닐까?


단지 그 갈등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지는 부부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그 가정의 모습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남편이 해외에서 장기출장 중이라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 얼마 전 통화하는 중 갑자기 보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결혼 10년 차 아내인 나는 '남편 보고픈 감각'에 꽤 둔한가 보다. 못 본 지 2주가 흐르니 새삼 그의 빈자리가 크다.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아내인 나는 보고 싶다며 나름 애교를 부렸다. 남편이 "한국 가면 또 잔소리하고 성질부릴 거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을 흘긴다. "아니야, 남편 오는 날에 먹고 싶은 음식도 차려줄게. 잘하도록 할 거야! “



확신의 언어를 내던지는 순간, 눈물의 여왕 주인공 백현우의 말이 떠오른다. "누가 또 당신한테 총을 쏘면 그 앞으로 열두 번도 더 뛰어들 자신이 있거든? 근데 그런 거 말고 매일 사소한 일상 속에서 지치고 싸우고 실망하는 건 또 두려웠어. 또 틀어지고 어긋나고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었어."


총도 대신 맞아주는 남편인데 일상 속에 싸움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마치 우리 부부 속 마음을 대변한다는 듯 위로가 된다.


분명 사랑해서 부부가 된 것인데 그렇게 치고받고 싸웠어도 떨어져 있으면 금세 또 서로를 그리워하는 그런 부부가 맞는데, 함께 일상을 나눌 때 또 반복되는 싸움이 예상되기에 어쩌면 꿈같은 지금이 오히려 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모순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부부생활 10년이 지난 지금, 결혼은 완벽하고도 이상적인 판타지가 아닌 일상을 치열하게 갈등하며 살아내는 현실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결혼은 매우 불안정하고 망가지고 구멍 난 것을 하나하나씩 고쳐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잠시 떨어져 있는 아무런 갈등 없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 판타지는 달콤한 이상일뿐이다. 현실에서 또 다름을 겪고 갈등할 것이고 삐그덕 거릴 것이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시간을 기꺼이 대면하면서 때로는 다시 고통스러워 아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렵다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서 상대만을 탓하고 상대를 미워하는 비겁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갈등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더 알아갈 것이고 왜 당신이어야만 했는지를 반복적으로 깨닫게 될 거라고... 용기 있게 갈등을 해결해 가겠다고... 감히 일어서 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갈등하는 존재는 살아있음이라. 갈등하는 부부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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