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Choi 최다은 Jun 02. 2024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적이 있나요?

나의 친정엄마는 칠순이 코 앞이신데 트래킹 여행을 찾아다니시는 모험가 스타일이다. 이번 달에는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래킹 코스를 가신다나? 히말라야 산맥 언저리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프랑스 샤모니 트래킹 등등 행군스타일의 험난한 여행을 즐기신다.


몇 해 전에는 친정아빠와 단 둘이 남미 1달 자유여행 코스를 구글 트랜스레잇, 구글 지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직접 현지사이트에서 로컬비행기 예약하시고, 에어비 앤 모 사이트를 이용해 현지 숙소 등을 미리 세팅하시고 엄마의 로망이었던 갈라파고스나 우유니 사막 등등을 다녀오신 분이다. 외모만 할머니지 온라인 이용은 MZ세대 보다 나을 때도 있으니까,



이런 분의 양육 스타일은 어떨까? 험한 자연을 사랑하는 모험가이자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배우고자 하는 친정 엄마는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장부 중의 대장부 관점으로 나는 엄마에게서 늘 '잘 될 거야! 우리 딸 파이팅! 우리 딸 최고!' 요런 말들만 귀 아프게 들었던 행운아이다. 친정 엄마가 나를 누구와 비교한 적이 있었나? 옆집 아이랑 비교했던 말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의 양육관은 '사랑'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셨다.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로 타고났던 내가, 자기 주관이 꽤나 강했던 내가 굉장히 엄하고 통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우울이나 불안증세가 꽤나 높은 성인으로 자랐을 확률이 있지 않을까?


내가 가정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결혼생활이 매우 평탄했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감히 부부싸움에는 한 일가견 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투쟁과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지혜롭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나의 그릇으로는 감당하기에 어려운 스펙터클 스토리들이 있었고 정말 인생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도 밀려오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어린 시절 넉넉히 받은 무조건적 '사랑'이 아니었을까?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훈육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이가 세상에 바르게 쓰임 받기 위해 실력을 쌓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모두 중요한데 그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게, 오히려 티가 나지 않아 위험한.. 내면은 곪아가고 있는 '어른 아이'로 자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릴 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가 크지 않을까?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힘을 경험한 행운아이기 때문에 그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온 이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친정엄마와 다른 조급해하고 불안하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 엄마처럼 똑같이 아이를 키우기 어렵지만 그 무조건적인 ‘사랑’ 힘을 경험하고 받은 사람으로서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의 아이도 그렇게 사랑을 넘치게 주고 싶다. 아이가 자라며 힘들고 어려울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이다.


오늘도 나에게 선물처럼 온 아이를 어떠한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기도해야겠다. 그것은 무조건적 ‘사랑’을 받은 자의 의무이니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이전 17화 부부갈등을 환영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