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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Jun 05. 2024

새로운 나, 새로운 아내

김수정 작가님의 '멈추어 버린 시간'이라는 브런치북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또르르 눈물이 흐른다. 3년 전, 하늘나라로 간 남편에게 보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연재 브런치북] 멈추어 버린 시간 (brunch.co.kr)



먼 타지에서 20대 친구들과 미친 듯 치열하게 일하는 남편이 갑자기 걱정되고 그립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바로 지금. 당장 오늘. 나에게 주신 선물, 소중한 남편과 아이에게 잘해야지! 새롭게 달라지는 아내가 되고픈 나를 기록하려 한다.



나는 2주 후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모습으로 준비해야 할까 고민 중인 아내이다. 항상 '나' 중심적으로 생각했던 내가 남편의 입장에서 관점을 달리하려는 노력이 나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다.


자, 남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리정돈된 집

남편은 책상에 무엇하나 남겨놓지 않는 사람이다. 주변이 완벽하게 정리되어야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집안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봤을 때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아내인 나는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고 예쁜 것도 좋아하니 지나다니는 곳에 모조리 흔적을 남기는, 손이 많이 가는 아내이다.


마음에 콕 박힌 성경구절은 식탁 옆에 붙여 놓아야 하고 예쁜 메모지에 좋은 글귀들도 적어놓아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은 왜 그리 많은지.. 무튼 정리가 안 되는 아내이다. 남편이 결혼 10년 동안 주야장천 말하다가 포기한 정리정돈을 아내인 내가 스스로 시작해 보려 한다.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위선이니라.. 어제는 냉장고의 냉장실을 모두 정리한다. 3인 가족이라 그때그때 사서 바로 먹어야 식재료가 상하지 않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으면 냉장실에 도대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리가 없을 터, 냉장고 정리정돈은 필수였는데 말이다. 왜 남편의 말이 이제야 와닿는지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부끄럽지만 냉장실 정리 증명사진

오늘은 냉동실 정리를 하려고 한다. 냉동실 정리를 할 생각에 왜 설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꺄꺄! 분명히 아내인 나는 달라지고 있다.



건강한 집밥

남편은 나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따뜻한 보리차를 매일 끓여주면 좋겠다. 그게 채워져 있으면 나는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러. 나 아내인 나는 매일같이 보리차를 끓여주지 못했다. 뭐가 그리 바빴을까. 왜 보리차 하나도 해주지 못했을까? 건강한 식재료로 간단하고 빠르게 하는 요리법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엄청나다. '건강하고 간단한 집밥 하기'는 아내인 나의 두 번째 미션이다. 보리차와 더불어 화려하지 않아도 건강한 집밥을 만들어야겠다.


예전에도 물론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하긴 했지만 후다닥 끝내버리고 싶은 집안일이라고 잘 못 생각했었다. 이제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집안일에 할당된 나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나를 위한 일이고 나의 가정을 위한 일이라는 올바른 생각을 10년 만에 갖게 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나 자신인지.


어제는 냉장실 청소와 밑반찬을 만드느라고 하루를 온통 써 버렸다. 예전 같으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못하고 불평을 했을 터인데 뿌듯하고 보람이 생기더라. 집안일도 프로젝트성으로 계획하고 한다면 얼마든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는데 말이지! 성취에 목마른 자여 우선순위를 바로 알고 성취형으로 해봅시다.



아무리 좋은 깨달음(아이디어)이어도 생각에 멈추면 공상이 된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면 행동이 된다. 그 행동의 변화는 나를 변화시키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달라지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일상을 꾸준히 지켜내는 힘은 그 무엇보다 단단한 중심이 바로 서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오늘도 냉동실 정리하는 실천을 위해 화이팅!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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