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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Jul 03. 2024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성격이라는 게 대부분 생존에 이점이 있어서 발달된 것입니다. 40-50년을 한 성격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성격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신중하고 말수가 적은 남편에게 나를 사랑한다면 적극적으로 표현도 하고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건 당신의 유전자를 바꾸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사람의 성격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방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작가님의 말이다.




나의 생각과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릴 때부터 돌아보면, 성장하는 흐름에 따라 누구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성격을 사회에 적합한 사람으로 맞추어 가는 유연성을 키워간다. 사람에 따라 그  변화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나만의 세계가 상당히 강한,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는 까다롭고 예민한 기질로 태어났지만 감사하게도 사랑이 많은 엄마를 만났고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불안을 상쇄해 가며 자랐다.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털털하고 하하하 잘 웃는 그저 밝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나 조차도 이런 모습이 '나'라고 속이며 살아왔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나'를 스스로 만든 것, 그 모습은 사회 속의 '나'일뿐. 그야말로 생존 본능으로 나는 나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사람들의 인정, 사회에서의 성취가 매우 중요했던 20,30대는 그러했다.



지금의 나는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지금껏 나를 살게 한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다고 느낀다. 내 삶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얼마나 높아졌느냐에 있지 않고 얼마나 따뜻했고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었느냐에 방향을 달리 하면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유퀴즈에서 류수영 배우님이 나와서 하는 말이 요즘 "집으로와 밥 해줄게"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깝다고 한다. 나 또한 시대의 흐름, 문화에 젖어 '집밥 힘들게 꼭 해야 하나? 종종 편리하게 되어 있는 제품으로 해결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꽤나 큰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집밥을 끼니마다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집밥 덕분에 새벽기상도 기우뚱하고 글쓰기도 종종 놓친 적이 있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 좋아하는 동네 친구들을 초대했다. 플레이팅도 하고 나름 정성스레 대접받는 기분을 주고 싶어서 요리했는데 심성이 맑고 고운 친구들이 다음 날까지 여운이 남는다며 정말 맛있게 행복했다는 말을 전해주어서 이런 게 '집으로와 밥 해줄게'의 이구나 느낀다.

남편을 위한 조식 상차림들, 아이저녁차림, 손님 저녁상 등등 집밥이 주는 풍성함


아직은 '건강하고 맛있는 베이킹', '건강한 반찬 만들기'를 검색하고 있는 내가 어색할 때도 있다. 가족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먹을 것을 만든다는 것이 다르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변화의 시작은 새벽 5시가 주는 기쁨에 나의 민낯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매일같이 꾸준하게 쓴 글 덕분이다. 글을 쓰는 것은 일대일 개인 상담을 하는 효과라 한다. 작년여름부터 기록한 나의 생각으로 일상 속에서 나는 달라지고 있으니까- 나의 언어가, 나의 행동이,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역동성을 지닌 일상은 생명력이 있다. 일상의 찬란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나의 생존은 지금 관계지향적이고 주고받는 나눔의 길로 인도되고 있다. 주신 것으로 이미 자족하는 마음이라면 넉넉한 나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내 안의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면 나의 성격은 그 또한 생존본능으로 조금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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