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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Jul 10. 2024

약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강해서 우는 것


당신은 누군가의 큰 위로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오늘의 'Q&A 5년의 기록'의 질문이다. 이것은 1년 365일 해당 날짜에 그날의 질문이 한 가지 있고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을 위한 책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는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나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터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 나는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고 싶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분, 하나님께 나아갔다. 울부짖고 기도하며 무너진 마음을 달랬다.


물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가서 위로해 주고 손을 내민 적은 꽤 많다. 남편이 이혼하자고 해서 힘들어하는 친구, 이혼 과정을 겪어서 몇 년 만에 끝내 이혼한 친구, 남편과 부부싸움으로 힘든 친구 등 이상하리 만큼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종종 나를 찾아주는 편이었으니까.


반면 나는 왜 힘들 때 타인에게 손을 건네지 못했을까? 약하고 여린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내 모습이 정말 괜찮은 것일까? 사회관계 안에서 '보이는 나'는 pros와 cons 중에 늘 pros에만 집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말 친한 관계에서도 부족한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쩌면 참 현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 어쩌면 나의 모든 일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받고 싶지 않다는 매우 교만한 생각. 이러한 깨달음이 있었기에 조금 더 나를 놓아주려고 한다. 물론 타고난 생김새를 변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누구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위한 가면'은 어떠한 면에서는 '사회성이 잘 발달되었다'라고 칭찬할 수도 있고 사회에서 '참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달란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페르소나'와 '진짜 나 자신'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제일 힘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나는 그 사회 안의 '페르소나'와 '진짜 내 모습'의 차이가 매우 큰 사람에 속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많은 경우에 나는 항상 잘하는 사람, 칭찬받는 사람, 친절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 자신은 스스로에게 잘하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했었고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고 채찍질을 했었다. 자신을 늘 스스로 괴롭히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약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강했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조니 뎁-

영화배우 조니 뎁이 했던 말이 진심으로 공감이 된다. 스스로 강하게 버텨오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의 나를 미워했는지... 학생 때는 선생님께 제일 예쁨 받는 모범생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맏이의 역할을 잘해야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워킹맘일 때에는 아이도 잘 키우고 회사일도 잘 해내는 완벽한 슈퍼우먼으로 강하게 나를 몰아세웠다.


작년 여름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에 시시때때로(혼자 있을 때 주로) 눈물이 나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속된 말로 인생에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눈물 총량의 법칙'도 있으려나 싶고. 4살 남짓 여자 아이들이 투머치 공주가 되어 한껏 꾸미는 일도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사춘기에 흔들리는 것도 그 시기가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만큼 시기적절하게 부러져도 보고 '지랄 총량의 일부분'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약한 모습의 나'라도 믿을만한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하고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 잘 해내야지! 도 좋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이 이런 거야. 도와줄 수 있어?' '너는 그런 것을 참 잘하더라'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래서 타인에게 부족한 것이 보일 때 행여나 그 부분에 대해 소통을 어려워할 때 나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험한 일은 그 무엇보다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큰 위로를 경험한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가끔은 스스로에게 하는 채찍질을 내려놓고 나를 안아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며 나를 토닥이는 일도 함께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어서 외로운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해당 날짜에 질문이 있고 5년의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언젠가 바로 오늘, 'Q&A 5년의 기록' 책에 누군가의 큰 위로를 경험한 적이 어떠한 일이었다고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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