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나 자신이 되어보기

작은 성취들이 모여서 분명 단단해질 테니까

by Dana Choi 최다은

며칠 전 단기선교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 오전에 스톱 사인을 받았다. 나와 남편을 비교적 잘 아는 권사님이 이야기를 듣더니 전화가 왔다.


권사님: 남편하고 이야기는 충분히 해 봤어요?


나: 아니요, 제가 남편의 긍정 신호 한 마디 붙잡고 진행하려고요


권사님: 그 중요한 일을 남편하고 상의하지도 않고 하려고 했어요?


나: 네 그런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권사님: 잘 생각해 봐요 남편 입장에서 이제 막 부부 목장에 마음도 열고 교회 공동체에도 적응하고 하나님 은혜를 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단기선교를 끌고 간다면 어떨 것 같아? 나라면 숨통이 막힐 것 같아


나: 남편이 저에게 종종 하는 말이에요. (여기서부터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권사님: 남편은 누구보다 아내가 원하는 믿음의 가장이 되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그런 과정 중에 있고요. 신앙은 속도가 누구나 같지 않아. 색깔도 다르고 믿는 방법도 다르고 지금 막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갑각류를 먹이는 꼴이야. 인내해야 해요 인생도 신앙도 마라톤이에요. 초반에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힘을 빼면 완주할 수 없어.


나: 맞아요 권사님 말씀이 모두 다 맞네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권사님: 지금 잘하고 있어요 열정을 갖고 하는 것 참 보기 좋아요 하지만, 남편은 기다려 주세요.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게 먼저예요. 남편의 마음을 들어주세요. 남편을 인정해 주세요.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잖아요.


나: 네 권사님 맞아요 제가 왜 이렇게 못할까요? 남편 마음을 들어주고 헤아려 주는 일.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나 자신도 실망스러워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왜 나는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 걸까? 왜 나는 내 사람에게만 유독 기대치가 높고 그것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가 나는 것일까?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결혼을 했다면 남편이나 자식이 될 수 있고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성친구나 부모님이 되겠다. 내 사람이라고 말하는 가장 친한 사람들은 뇌에서 ‘나‘라고 인식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닌데 나라고 인식하기에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때 화를 내는 것이다.


남편을 나와 동일시한다고 생각하니,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는 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누구는 성공이라는 메달을 누구는 실패라는 낙인을 받게 된다. 참 잔인하기도 하지. 지금 나이에 보면 그게 뭐라고, 이후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외국어 고등학교를 가서 늘 성적은 전국 최상위권이었기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불어과 7 공주’라며 나포함 7명이 친하게 지냈는데 나만 제외하고 5명은 소위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탑 3에 가고 한 명은 교차지원으로 한의대를 간다. 나만 그곳에 가지 못했다.


나만 가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왜 가지 못했을까? 그게 뭐라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서울 소재 누구나 아는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졸업한 고등학교 얘기는 편하게 하는데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참으로 어리석게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노력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 해 수능이 매우 쉬웠든 아니든 그건 누구나에게 마찬가지다. 스스로 노력의 결과가 딱 그 정도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전문용어를 꺼내 오면 자존감도 자아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아존중감은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반면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말한다. 그러니까 자기 효능감은 어릴 때부터 작은 성취들이 쌓여가며 형성되는데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아존중감은 높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효능감은 낮은 편이다. 어릴 때 도전의식도 없었고 목표로 했던 대학도 가지 못했기에 자기 효능감이 단단하게 쌓이질 못했다. 이 부분이 건드려질 때마다 화가 난다. 일종의 자격지심이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오랜 시간 회피하고 있던 상처를 받아들이자. 잘하려고만 했던 나이기에 실패가 무서워 도전을 못했던 나이기에 소심했던 나였기에 많이 아팠던 것 같아.


괜찮아. 지금도 늦지 않았어. 여전히 성취에 대한 갈급함이 너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잖아. 지금 이 과정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고 이 노력이 선하게 쓰임 받을 날이 올 거야. 잘하고 있고, 앞으로 잘해 나갈 거야.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활짝 웃는 하늘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귀여운 구름이 들아 고마워!






이전 02화생생하게 나 자신이 되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