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안부를 묻자
사랑하는 친구에게 모처럼 연락이 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나에게 하나님을 전해준 친구다. 나와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나중에나 알게 되었지만 의식주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친하게 지내면서도 전혀 알지도 눈치채지도 못했다. 대부분 주변 친구들이 그러하듯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안전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을 거란 무정하고도 무감각한 무지였다.
학교 앞에 즉석 떡볶이 가게가 하나 있었다. 매콤 달콤한 떡볶이를 먹고 그 양념에 비벼 주는 밥을 냄비에 들러붙은 바삭한 누룽지 부분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볼록하게 불러온 배만큼 힘이 나서 학업에 집중하고는 했다. 배불리 잠을 청하기도 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돈을 모아 그 집에 가자고 했는데 친구가 사라졌다. 돌아온 친구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모든 이야기를 고백하며 펑펑 우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위로도 하지 못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가정 속에서 자라온 친구를 그냥 안아주며 같이 울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친구의 아픈 비밀을 털어놓아 주었기에 나는 그 비밀을 꼭 지켜주었다. 우리 집에도 초대하고 친구가 오면 부모님은 꼭 밥그릇에 밥을 가득 담아 다정하게 대해 주셨다.
어느 날, 친구의 작은 수첩 1번으로 적힌 글씨를 보게 된다.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름이 적혀 있고 구원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나의 가족 구원?! 우리 가족이 따뜻하게 대하여 주었단 이유 하나 만으로 우선순위로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의 기도대로 20년이 지난 지금 나를 포함해 모든 가족이 하나님을 믿고 있다.
그런 친구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최근 여러 가지 힘든 변화를 겪은 것 같다. 통화는 당장 할 수 없다고 하니 조만간 통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무정한 나를 되돌아본다. '요즘 잘 사나' 생각하면서도 나 살기 바쁘다고 먼저 연락 한 번을 안 한 자신에게 못났다는 자책과 함께.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돈 주고 절대 살 수 없는 인생의 큰 선물이다. 고등학교 친구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만남의 축복이 있었다. 참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연을 위해 기꺼이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못된 습성을 안다.
늘 먼저 오는 연락을 받고 반갑게 만나기는 하지만 선뜻 먼저 연락하는 기질이 아니기에 의식적으로 훈련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무엇에 대해 꽂히면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은 생각나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 다정한 일을 해야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나를 응원해 주고 위로해 준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