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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Sep 24. 2024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며

사람 사는 이야기가 결국 다 비슷비슷하더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그때 겪어야 할 일들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갈등을 겪고 또 지내다 보면 그럭저럭 지나가게 되고, 그렇게 살아내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까. 나 또한 초등학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 나이가 겪는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 있고 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니까 말이다.




“나 오늘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 밤샘일 하고 내일 아침에나 퇴근할 듯“


전화로 들려오는 남편의 말이다. 이번주에 미국출장으로 또 2주간 (소위말해 crunch라고 그들끼리 이야기하는데) 몸을 으스러질 때까지 갈아 넣는 프로젝트를 하러 애틀랜타로 간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대부분 20대 후반 젊은이들인데 남편만 40대이다.

나이 상관없이 열정과 패기로 회사의 비전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라지만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한들 나이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법이다.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다며..”말끝을 흐리는 그가 안쓰럽다. 동시에 과거의 그의 발언이 상기된다.


“나는 네가 나의 서포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달리는 것은 가정의 평화에 너무 소모적인 일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주아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게 어떻겠냐”라고.


그렇게 호기롭게 가정의 경제를 모두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그였는데 요즘은 숨이 차서 벅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도 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가보다. 두뇌회전도 빠르고 체력도 좋은 20대 친구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강도를 기꺼이 선택하고 그 책임으로 애쓰는 모습이란.. 아내인 내가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부담이 밀려오네? 당장 무슨 일은 한단 말이냐. 이전 경력도 단절되어 더 이상 불러주는 곳도 없고.


남편이 힘에 부쳐하면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부터 떠올리는데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의 건강을 더욱 챙겨주고 말 한마디 더 따뜻하게 건네고, 아이를 잘 돌보고 집안살림을 챙기는 것이 전부이다. 남편이 힘이 든다고 하는 말은 나에게 어떤 해결책을 달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 속에서 감정을 나누어 준 것뿐이니까


맞벌이를 하며 엄마아빠 모두 치열하게 사는 부부도 그들만의 고민이 있고 우리 부부같이 외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가정도 또 우리만의 걱정이 있다. 불안이란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련만. 혹여나 남편이 갑자기 건강을 잃게 되면 우리는 어떡하지,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그럼 당장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 주어진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청귤청 담는다고 사놓은 청귤을 냉장고에 일주일정도 버려두었는데 씻어 얼른 만들고 거실과 화장실 청소도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 걸음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열정을 구하기. 그것이면 괜찮은 것이니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게 피차일반인 듯하다. 각자의 어려움으로 짊어지는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면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나도 당신도 매우 충분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오늘의 불안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깨닫게 될 미래가 올 테니 말이다.


무탈한 현재에 감사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머무르는 오늘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일상이니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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