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이후 꽤 오랜만에 중학교 교문에 들어선다. 지인이 여러 중학교에서 진로교육을 담당하는 외부강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참관수업을 와 보라며 권유한 이유에서이다. 3,4교시 수업이라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에 지인과 함께 교실로 들어선다. 초코파이를 냠냠 먹는 아이,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단장하는 아이,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움직이는 아이 등 제각기 개성에 맞게 여유를 즐기는 1학년 7반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학생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 아기아기하다. 어른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봐서일까? 청소년기 학생들도 여전히 귀엽다. 강사인 지인은 아이들에게 <작은 벽돌, 그레이트북스>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책의 내용은 우리는 매우 작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모두 위대한 존재이다. 각자에게 잘 맞는 '내 자리'가 있다. 그리고 모든 경험과 도전은 삶의 큰 영향을 준다. 등의 의미를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나는 어떠한 성격인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적어보는 활동지를 나누어 준다.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교실을 돌아다니며 조심스레 아이들이 적은 글귀를 둘러보았다. 꿈이 무엇인지 적는 곳에 '예쁜 아내와 결혼하기'라고 적은 친구가 있는가 반면 '의사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 아이도 있고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생각보다 아이들 각자의 꿈이 꽤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 생각 없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사춘기 시기라 선생님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수업 분위기가 아닐까 염려하던 마음에도 안도가 밀려온다. (1학년 7반이 학년 중 가장 모범적이고 우수한 반이라고 학교 측에서 귀띔을 해 주셨지만)
지인은 외부강사로 나갔던 팀의 교사들이 모두 모여 11월 초 브리핑을 한다고 그때 날짜를 비워두라고 한다.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 강의안을 다시 수정한다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즐겁고 유익한 수업을 만들어 보려는 진심이 느껴진다. 지인이 강의를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사실 강사료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동안 매일 수업하는 커리큘럼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 아이들이랑 고새 정이 든다고 했다. 아이들 눈빛에서 아! 하는 빛을 보면 돌아오는 길의 벅찬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삶에서 소소하게 느껴질 단어들이 남아주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준비하는 지인이 유독 멋지게 보인 날.
어쩌다가 알게 된 일인데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적성이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나씩 배워보자 라는 생각이 스친다. 이끄심대로 나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