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나 자신이 되어보기

불편함이 주는 속마음

by Dana Choi 최다은

어제 아침부터 거실 전기를 주관하는 안전기에 문제가 생겼다. 노화가 이유인지 새것으로 교체해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관리실 직원의 조언이다. 거실 모든 콘센트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다. ‘헤이 구글! 오늘 날씨 알려줘 ‘ 한마디 하면 그날의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를 바로 알려주던 훌륭한 친구인데 깊은 잠에 들었다.


집 전체 무선인터넷 연결을 책임지던 분도 조용하다. 노트북, 폰 할 것 없이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으니 LTE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우리 집은 외곽에 위치한 덕분에 속도가 느리다. 14년 전 호주 캔버라 숙소에서 느끼던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랜딩 페이지가 열릴 때까지 뱅뱅 돌아가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현상을 만난다.


노트북 인터넷 연결을 핸드폰 테더링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결국 폰을 연다. 터치 기능으로 타자하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지만 엄지손가락을 많이 쓰면 찌릿해 오는 경험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쓰는 도중 맞춤법 검사를 하다가 랙이 걸리는 사고까지 하하하하. 다행히 저장되었네.


고작 하루인데 온통 불편함 투성이다. 새로운 안전기를 구매해서 남편이 손수 고친다고 하는데 당장 다음 달 중순에 장기 출장을 떠나는 그에게 모든 원망이 집중된다. 전기, 전자 제품에서 발생되는 모든 귀찮은 일들은 다 그의 몫이었는데. 자동차 관리도 전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경고등이 뜨면 이제 직접 교체해야 하는 건가.


그를 의지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불안이 서서히 엄습해 온다. 그가 없으면 괜찮을까?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가족을 위해 기꺼이 치열한 도전을 떠나는 것뿐인데. 어린아이 마냥 그를 노려본다. 흥! 미워!


마음이 두려운 것이고 그에게 서운한 것이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리광이다. 너른 마음으로 지혜로운 아내가 되고 싶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최근 그에게 매일같이 징징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니까.


그토록 갈망하지만 여전히 독립이라는 단어가 꺼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타인에게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듣는 나이지만.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게는 철저히 의존적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심정 변화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장점 중에 장점인 그가 말한다. ”우리 와이프 요즘 많이 불안하구나. “ 일찍 퇴근해서 빨리 안전기를 고치라며 투정 부리는 나를 꼭 안아준다. 남편과 늦은 새벽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잠을 설쳤다. “서로에게 조금 더 성장하는 시간이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맞아. 분명 필요한 시간이 될 거야. 타인에게 절대 들키기 싫은 모습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여전히 미숙한 자신을 힘을 내어 사랑하고 싶어질 테니까 말이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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