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가는 일

결핍과 결핍의 만남

by Dana Choi 최다은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어요. 진짜 안 떨어져요 둘이. 왜냐면 그걸 너무 충족하기 때문에. 더럽고 징그러워요. 근데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사랑은 별로 없었어서. -이옥섭감독-


1. 얼마 전 이 말을 듣는데 훅 들어온다. 이래서 결혼이라는 것이 성립되는구나.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 쉽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이토록 멍청해서 사랑하며 아파하는 것인지도. 그 당시 스스로 자각조차 하지 못한 부족함을 상대방으로부터 끌어오고 싶은 욕심이 나를 강렬히 이끌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2. 독립적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스스로 인생을 끌어 나가는 사람이 미치도록 끌렸다.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면 안 되는 모범생이었고 학교 밖은 위험하다고 단정 지었던 겁 많은 소녀였기에 나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갖고 싶었던 것이다.


3. 학창 시절 왜 사춘기를 심하게 앓지 않았을까? 이것이 훗날 괜찮았다면 결핍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채우지 못한 상처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었던 나였기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엄마는 속상할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하고 싶었던 풋풋한 연애도 해보고. 학교를 좀 빠지면 어때? 혼자 가고 싶었던 여행도 떠나며 작은 일탈을 해보고 싶다. 남편은 나와 완전히 반대이다. 학교로 돌아간다면 일탈은 접어 두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할 거라나?


4. 결핍이 없는 온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함에 대한 상처가 있다. 말짱한 영혼은 가짜야. 아프지 않은 인생이 있다면 알려달라 상상 속 어딘가에서나 가능할 테니 말이다. 결혼 10주년이 얼마 남지 않아 돌아보니 그러하다. 10년이란 세월, 결핍의 이끌림으로 선택한 사람이 나랑 정반대라며 비난하고 욕하고 상처 주고 그러면서도 꼭 붙어 있는 우리가 참 바보 같으면서 애틋하다.


5. 인간에게 완전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 슬프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 설렘이라는 감정에 취해 있는 청춘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때만큼은 영원할 것처럼 굳게 믿고 예쁜 것으로 채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이 들어갈수록 청춘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현실을 부정하곤 하니까.


6. 물론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못나고 아픈 것이 사랑이고 더럽고 추한 것이 사랑임을 깨달아 가는 우리가 눈부시게 아름다우니까. 게다가 결핍과 결핍이 부단히 서로의 아픔을 만져주기 시작하면 더 이상 결핍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도록 안아 줄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걸.


7. 그런 사람이 지금 곁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내 삶에 허락 없이 들어와(솔직하게 말하면 두 팔 들어 환영했지만) 엉망진창 만들어 놓았다고 원망했던 시간들도 감히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나란히 함께 떠 다니는 구름 친구들. 너희도 징글징글 꼭 붙어있는 우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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