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아닌 질문을 찾는 시간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 봐

by Dana Choi 최다은

커피에 진심인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커피 원두를 고를 때 색이 탁한 생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쓸모없는 생두가 하나라도 섞이는 순간 커피의 맛은 어딘지 아쉬운 맛이 된다. 원두 하나가 커피 맛 전체를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생두를 골라 버리듯 버려야 할 생각들이 있다. 생각 하나가 온 정신을 흐트러뜨려 놓을 수도 있으니까.


한 껏 몸을 웅크린 찌그러진 원두를 할 수만 있다면 활짝 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힘을 주었을 때 원두가 기지개를 켜고 쫙 펴질까? 다시 한번 힘을 줘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찌그러진 원두. 이미 버려야 할 마음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 하지만 용감하게 버려야 생각의 맛이 온전해지는 것처럼.


그 생각이 떠나야 하는 생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말을 인용해 본다.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 봐.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 지 결정하지 말라고 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정답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보길 원한다. 이 길이 맞는지.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선택이 정답인지 아닌지. 나의 아이는 정답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인생의 수많은 결정에 마치 답이 정해진 것처럼 불안해하며 초조하게. 바보들의 놀이라는 비교나 하면서.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각자의 선택에 책임이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이 다가올 수는 있지만 옳은 답은 없다. 그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때의 최선의 생각을 믿어보며 가는 것뿐. 그러다가 지금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 후회 없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하는 말이 공감되더라. "사람이 논리로 설득이 돼?" 친구이자 가수 박진영에게 한 말인데 나 또한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각자의 세계관과 살아온 환경이 만들어 준 그 사람만의 논리가 있는 타인에게 나의 논리를 들이대며 설득한다는 것이 어불성설 아닌가?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해요? 수많은 결정과 선택 앞에 어려운 이들이 묻는다. 답을 원하는데 아니 최상의 답을 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휴남동 서점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최상의 맛이 정확히 어떤 맛인지 내가 과연 알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감을 믿는 거지. 자주 내리고 자주 마셔보는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이 내린 커피도 자꾸 마셔보고."


그렇다. 매일 생각이란 것을 계속해 보는 수밖에 없다. 책도 읽고 다른 사람들 사는 이야기도 보고. 누군가의 논리와 가치관이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하지 않도록. 그러다가 드는 생각을 먼저 안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또 다른 생각들이 가르쳐 줄 테니까. 그 길을 가장 최선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해질녘 도서관. 오늘 해야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듯이 잠잠이 어둠을 기다리는 너를 담아본다. 잠잠이 기다리는 것. 그것이 어떤 날에는 지혜로운 최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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