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나 자신이 되어보기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한다는 것

by Dana Choi 최다은

안도감이 드는 사람. 마음의 경계를 조금은 해제하여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예의를 지키는 한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고 존중해 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 그 순간이 오게 되면 조심스러웠던 마음이나 긴장이 스르르 풀리고 있는 느낌.


성인이 되어 타인을 알아가는 일은 어린 학창 시절과는 다르다. 깨끗한 도화지에 처음 그림을 그리는 시기는 지나왔기에 각자의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과 생각, 가치관이 뚜렷해진다고 해야 할까. 처음 알게 된 타인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관계를 이어나가기는 쉬운 사람은 아니다. 관계의 시작점에서 타인이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선이 꽤 높은 듯하다. 예의를 지켜주는 라인을 넘었을 때 마음이 매우 어려워 지곤 하니까.


스스로 마음이 다칠까 봐 경계태세를 높이고 바라본다. 처음은 그래서 조심스럽다. 다정한 말투와 긍정적인 제스처가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은 아직 불안한데 몸에서 자동으로 긍정 대응해 주는 신호들이 있는 건지 잘 웃어주고 호응해 주곤 하니까. 서로 다가가는 속도로 인해 어려움이 있고 나서는 마음이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오기 전까지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지 말자. 젠틀한 거절을 잘하자.라고 마음을 바꾼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말한다. 에고이스트가 아니면 글을 못써. 글 쓰는 자는 모두 자기 생각에 열을 내는 거지. 어쩌면 독재자 하고 비슷해.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한다는 것.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지? 오픈된 글을 쓰며 누군가의 공감을 바라지만 스스로 이타보다 이기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역설적으로 지나친 에고가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는 것도, 관계 안에서 일정 선을 정해 놓는 것도, 선을 넘어오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모두 지독한 에고의 견지가 만들어 놓은 몫인가.


쓰는 동시에 글로 표현되는 자신의 생각과 진짜 자아가 동일시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밀려온다. 에고이스트이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 타인을 배려하지만 타인을 위해 하기 싫은 일까지 할 수 있는 이타가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욱이 글을 쓰면 쓸수록, 자신에 대해 신랄하게 알아갈수록 자신이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희미하게 비추는 빛이 가르쳐 주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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