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비타민D가 부족한 요즘.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독일의 글뤼바인에는 과일주가 들어간다. 이른 오후 와인을 위한 최고의 변명.
글뤼바인 한잔을 손에 쥐고 있자면, 입에서는 차가운 김이 나오더라도 온몸이 따듯하다.
추운 겨울에 몸을 덥히는 데에는 어묵 국물이 최고지만 말이다.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Plan B에서는 과제 중인 학생들의 컴퓨터 소리와 대화 중인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섞여서 들려온다. 할머니 집에나 가면 있을 것 같은 소파에 앉아서 시끌벅적한데, 이런 데서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Plan B에서는 평소에도 커피, 티를 도네이션 베이스로 고작 1유로에 판매하는데, 기분(과 형편에 따라서) 1유로보다 더 줘도, 적게 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1유로가 보통인 것 같다. 1 유로면 요즘 환율로 따져도 천오백 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사실 음료를 "판다"는 개념보다는, 따듯한 음료를 나눠주는 곳에 가까운 듯.
가정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컵에 향긋한 글뤼바인을 담아 받았다. 오후 3시에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는 바깥으로 나가, 캠퍼스 안 크리스마스 조명 아래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글뤼바인을 마셨다. 수업을 들어가는데 아직도 알딸딸한 취기가 가시질 않아서 평소보다 즐겁게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는 학기의 반이 끝난 걸 기념해 교수님과 다 같이 다운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다. 글뤼바인을 두 잔 더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