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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discovers Dec 26. 2022

다나의 2022년 결산 - [시리즈] 편

내 외로운 밤을 책임져 주었던 Binge-worthy 시리즈 5선

※영화는 짧지만 강력하고 메시지가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라, 마음의 준비를 살짝이나마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더 긴 시간을 잡아먹는 시리즈는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다(시즌이 몇 개 없다는 전제 하에).

올해 봤던 시리즈 중에서 집중력이 끊기지 않고 Binge-worthy(정주행 할 만한)했던 작품들을 추천한다.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기준임



1위. Sonny boy/소니 보이
(2021, 일본)
#재난 #가상현실 #초현실적 #파리대왕 장르

들숨날숨 진정하고 강력추천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첫째로 감동적이고 가슴 벅차오르며 분위기에 찰떡인 OST가 너무 아름답다. 청량한 비주얼과 자유를 탐구하는 작품의 스토리와 얽혀서 들었을 때 그 진가는 배가 된다. 둘째, 인간 군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초능력과 이세계의 규율이 너무 신선하다. 인간본성을 보여주는 "파리대왕" 식 장르에 초현실주의가 얹힌 명작이었다. 비교적 설명이 불친절한 감이 있어 몇몇 설정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참신하고 창의적인 초능력을 통해 주제의식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 작품이었다. 난해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지루하다거나 클리셰적이라는 단어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청량한 자연풍경,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실험적인 연출과 비주얼, 진짜 너무 예쁜 OST 등 근래 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에 최고였다. 굉장히 재밌는 작품. 상상력을 자극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2위. 모노노케
(2007, 일본)
#퇴마 #예술 그 자체 #"모노노케히메" 아님

애니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다. 요괴 퇴마물이긴 하지만, “요괴지만 사실은 불쌍한 과거를 가진, 단지 사랑을 원하는 귀여운 아이들이야. 힐—링” 이런 느낌이 아니라, “이러이러한 이유로 끔찍하고 더럽고, 기묘하고, 질척대고 음습한 괴물이 되었다”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기묘하고 색 짙은 작품이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다른 화려한 일본의 전통 그림체에, 요괴를 베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가 얹힌 명작이었다. 한지와 같은 종이 위에 그린듯한 질감도 좋았고, 연극 스테이지나 종이책 같은 컷간 이동도 최고였다.

사실 솔직히 일본의 주술학이나 신학 쪽으로 지식이 좀 없으면 이해가 좀 어려운 포인트들도 있었고, 주제 자체가 절대 가볍게 볼만한 작품은 못 되지만, 이해가 가지는 않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뇌를 자극하는 작품이라 좋았다. 특이한 그림체나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3위. Love, Death, Robots Vol.3/러브, 데스, 로봇 (시즌3)
(2022, 미국)
#Sci-Fi #애니메이션 단편 #기괴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에서 "블랙 미러"의 왕좌를 계승한 Sci-Fi 단편 컬렉션 작품이다. 단순부터 초사실주의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으로, 주로 아포칼립스적 미래사회나 로봇 중심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그린 작품인데, 그 상상력도 뛰어나서 재밌지만 고퀼의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연출, 사운드트랙등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5~10분으로 굉장히 짧은데, 제작하신 분들이 영혼을 갈아 넣은 게 아니신가, 살아계신가 싶을 정도로 입 떡 벌어지고 마음이 숙연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Jibaro/히바로", "The Very Pulse of the Machine/강렬한 기계의 진동을", "Swarm/스웜" 에피소드를 강력 추천하지만, 시즌 1~2편에도 명작이 많으니 그냥 다 보는 걸 추천한다. 


4위. The Watcher/어둠 속의 감시자
(2022, 미국)
- Ian Brennan, Ryan Murphy 감독, Naomi Watts, Bobby Cannavale, Mia Farrow 주연
#미스터리 #미국 서브어반타운 #의심

꿀잼 작품. 소셜 미디어 등으로 항상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있는 요즘 세상. “잊혀질 권리”를 절박하게 외치는 요즘 사회에 대한 비유적 작품인 줄 알았는데, 그냥 실화 베이스 공포 에피소드였다. 와우. 이사 갔는데 누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고, 심지어 위협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난 바로 집 빼고 도망칠 거 같은데(실화 주인공들은 그랬다고 함)... 주인공들이 자꾸 서양 공포작품 클리셰처럼 레드플래그 무시하고, 범인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하는 거 보며 굉장히 답답했지만,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깐…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내내 긴장되는 연출,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 오픈엔딩이 있으니, 답답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수 있겠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재밌는 미니시리즈라 공포까지는 아니고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5위. Inventing Anna/애나 만들기
(2022, 미국)
- Shonda Rhimes 감독, Anna Chlumsky, Julia Garner 주연
#사기꾼 #뉴욕

파이낸스 쪽으로 끈이 짧은 나는 아나가 어떤 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건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너무너무너무 재밌는 드라마였다. 줄거리,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비주얼 무엇 하나 놓치지 않았다. 망상증 환자와 비전을 가진 창업가 사이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흥미로웠고, 실체가 뭔지 끝까지 의문으로 느껴진다. 아나는 아마 뉴욕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여성 중 한 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옷을 입고 법정에 서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비춰질 바에 감옥에서 썩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주인공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비록 이해가지 않고, 때론 불법일지라도) 그녀의 성공을 위해 싸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리스마 있고 똑똑한 여성 캐릭터, 미스터리어스한 줄거리, 뉴욕의 분위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Honorable Mentions

수리남/Narco-Saints(2022, 한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한국)

두 작품 모두 정말 재밌게 본 명작이지만, 이미 모두가 알 것 같아서 순위에는 넣지 않았고 간단히 언급만 한다. 실화베이스인 게 미친 포인트인 한국 마약왕 이야기 "수리남"과 자폐 스펙트럼 천재 변호사에 관한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국 드라마가 주제불문 로맨스로 귀결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장르에서 날로 높아지는 퀄리티를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긴장감을 놓지 않고 단숨에 몰아보게 한 "수리남"과 매 에피소드마다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혹시 아직도 안 봤다면 꼭 보길 권한다.

Dahmer/다머(2022, 미국)

트루 크라임 쇼는 언제나 재밌고, 다머 역시 재밌게 봤다. 배우도 찰떡으로 연기했고, 과연 제프리 다머는 내추럴 본 사이코패스일까, 부모의 부재로 인해 극단적인 애정결핍을 가진 사람일까, 악마일까, 죄책감을 느낄까,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다만, 넷플릭스가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상의를 안 했다는 게 밝혀져서, 드라마 제작 과정의 윤리가 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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