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하는 태도
나는 요즘 바보처럼 살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너무 똑똑하게 버텼다. 상황을 분석했고, 감정을 통제하려 했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끝까지 이유를 찾으려 했다. 잘 살아야 했고, 잘 견뎌야 했고, 무엇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하게 버틸수록 더 불안해졌다. 인생이 시험 문제처럼 느껴졌고, 나는 계속 오답을 고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조금 틀었다.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좋게 생각해보기로. 바보처럼, 아주 단순하게.
바보처럼 산다는 건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걸 긍정하겠다는 선언도 아니다. 다만, 너무 복잡하게 해석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이 일이 왜 나에게 왔는지 끝까지 캐묻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면 그걸로 합격 처리해주는 것. 조금 느리고, 조금 어리숙해 보여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잘 해내는 쪽보다, 그냥 살아내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
솔직히 말하면, 이 병은 분명 안 좋은 병이다. 다시 선택하라면 절대 고르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억지로 따져보면, 5퍼센트든 10퍼센트든 좋았던 점은 있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자주 고마워졌다. 도움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고,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게 됐다. 그건 이전의 나에게 없던 태도였다.
그래서 나는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거창한 문장은 없다. 오늘 햇살이 좋았다는 것, 약이 잘 들었다는 것, 누군가의 메시지가 따뜻했다는 것. 혹은 그냥 오늘 떠오른 좋은 생각 세 가지. 억지로 끌어올린 희망 말고, 아주 작고 사실적인 것들. 즐겁게 살면 된다, 그게 바로 치료라는 말을 이제는 조금 믿는다. 완전히 나아서가 아니라, 즐거운 순간이 잠깐이라도 생기면 그게 충분하다는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