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여러 리더를 본다.
- 어떤 사람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적당히 모른 척하며 잘한 것은 크게 칭찬하는 유형
- 어떤 사람은 샅샅이 알고 있고, 못한 부분을 자세히 일러주는 유형
- 어떤 사람은 큰 틀을 잡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하든 열어놓는 유형
- 어떤 사람은 구체적인 원하는 바가 있어 그것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유형
현재로서는 뒤편에서 지지하고 지원하고 무조건 애쓰십니다 유형이 훨씬 좋다. 정작 리더가 되어 지원만 해주면 왠지 내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는 스타일 역시 쉽지 않다. 아주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어야지 가능하다. 우리 리더는 모르는 게 없구나 싶어서 무섭기도 하다. 그보다 더 문제는 리더가 원하는 바를 너무 구체적으로 밝히는 순간. 함께 일하는 사람은 내가 정할 수 있는 바가 적거나, 거의 없다시피 해서 굉장히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나는 적당히 자유를 누리는 지점장이 되고 싶은데 갑자기 지점장과 같이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기분이 든다. 니 사업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하면서 재미도 없고 흥도 안 난다. 싸움은 기세라는데. 일도 그렇다. 일단 함께 하는 사람들이 흥이 나야 없던 일도 만들고 더 찾아내며 하는 건데 힘이 쭉 빠져버리면 최소한으로 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이제는 좀 놓아주어야 하는 사춘기 자녀를 바라보는 마음 같지 않을까 싶다. 내가 더 많이 아는 것 같고 이게 더 좋으니 이걸 선택해라고 콕콕 집어 다 정해주고 싶다. 하나의 인격체로 부쩍 커버린 자녀에게 그렇게 했다간 사이도 나빠지고 아이의 정신적 독립과 성장을 막게 된다.
내가 리더라면 큰 맥락과 줄기는 잡되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는 큰 작업만 하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맡기고 그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러려니 하겠다. 그것만도 잘했다고 하겠다. 그 결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일 텐데 뭘 뭐라 할 게 있을까. 대신 흡족한 일은 크게 크게 칭찬하겠다. 또 하나의 자라는 지점장과 동종 업계의 걸출한 파트너처럼 대하겠다. 게으르고 아쉽다는 듯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 함께 일해서 고맙다는 마음을 갖겠다. 말과 행동에서 슬며시 그것이 새어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