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버락 오바마는 2008년 아프리카계 첫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당시 미국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였지만 사람들은 낙관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1퍼센트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미국을 넘어 17개국의 1만 7,3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15개국의 국민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우리는 왜 이런 낙관주의를 억제할 수 없을까? 하나의 답은 뇌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아주 암울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전진하게 할 수 있는 자연이 준 생존 메커니즘이다. 심리학자는 이를 ‘낙관적 편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대부분 이 낙관적 편향의 설득에 넘어간다.
선조체 아랫부분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 NAcc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었다. 1953년 캐나다의 피터 밀너Peter Milner와 제임스 올즈James Olds는 뇌가 수면-각성 주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문제로 고민하던 중 중뇌 망상체을 표적으로 전극을 이식하기로 했다. 두 심리학자의 이식 실력이 부족하여 전극은 목표한 지점에서 약간 떨어진 중격septum이란 곳에 삽입되었다. 예상치 못한 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스키너의 방’을 개조해 쥐가 직접 전극을 활성화하는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쥐는 소량의 전기 충격에 만족하지 못하고 버튼을 반복해서 눌렀다. 쥐는 시간당 평균 2,000번씩, 24시간 동안 전기 자극을 준 때도 있었다. 쥐는 버튼 누르기가 세상 전부였다.
피터 밀너와 제임스 올즈가 우연히 찾은 뇌 영역은 쾌락 중추이자 보상회로였다. 그 영역의 활성화는 어떤 자연의 자극보다 훨씬 강했다. 쥐는 먹이, 교미 활동보다 보상회로의 자극을 더 선호했다. 보상은 세 가지 독립적인 요소로 구성된 연결망이다. 첫 번째는 보상체계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쾌락적 즐거움liking이다. 두 번째는 보상의 욕구로 표현되는 원함wanting이다. 세 번째는 과거의 쾌락을 연상하여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는 학습이다. 학습은 해마와 편도체에서 이루어진다. 해마는 새로운 연상을 하는 데 중요하다. 편도체는 감정적 기억을 저장한다. 해마와 편도체는 상호의존적이며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기본적인 보상회로에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가 포함된다. VTA는 보상회로의 핵심 영역으로 보상 자극을 감지하고 그 반응에 관여한다. VTA는 뇌 중앙에 위치하며 보상의 경험에 중요한 도파민을 만드는 뉴런을 갖고 있다. 이 도파민 생성 세포는 보상회로의 핵심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의 일부와 측좌핵을 이룬다. 밀너와 올즈의 초기 연구들은 뇌의 쾌락 중추를 밝혔다. 이후 연구는 이것이 쾌락 중추인지 욕구 중추인지에 집중했다. VTA에서 생성되는 도파민은 쾌락과 욕구 모두 관련이 있다. 신경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는 두 기능을 구별하기 위한 과제 및 접근법 개발에 진전을 보였다. 같은 보상회로에서 쾌락과 욕구는 다른 영역을 사용한다.
삶에서 쾌락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한 결정과 선택은 보상체계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다. 뇌의 보상체계는 중독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중독의 영향으로 욕구는 지나치게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쾌락 연구는 미진하다. 우리는 즐거움을 갈구하지만, 쾌락을 중독 수준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보상체계는 생물학적으로 유익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다. 쾌락 뇌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도록 맞춰져 있다. 맛, 향기, 촉감 같은 감각적 인식은 모두 좋은 느낌을 추구한다. 하지만 우울증에 빠져들면 그 즐거움이 사라지는 무 쾌감증이 나타난다. 이것은 우울증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 우울증에 빠질 때 쾌락 뇌의 활동은 저하된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리처드 J. 데이비슨Richard J. Davidson은 우울증에 걸린 27명과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 19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의 뇌가 일상의 기분 변화에 반응하는 것을 fMRI 장치로 관찰했다. 스캐너에 40분 정도 누워있는 동안 참가자에게 긍정과 부정적인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 주었다. 검사 초반에는 두 집단 모두 긍정적인 사진이 나타날 때 참가자의 NAcc가 활성을 띠었다. 후반에는 행복한 집단은 긍정적인 사진을 볼 때 계속 NAcc가 활성을 띠었다. 우울한 집단의 쾌락 뇌는 활성 수준이 기준선까지 내려갔다. 우울한 사람은 처음처럼 쾌락 뇌의 발화를 지속할 수 없었다.
기분 변화는 쾌락 중추와 즐거운 뇌 전체가 관여한다. NAcc가 검사 초반에 긍정적인 사진에 반응할 때 전전두엽도 반응했다. 후반에 우울 집단에서는 NAcc 활성이 떨어지자 전전두엽의 활성도 떨어졌다. 우울한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기도 어렵고 지속시키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즐거움을 경험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NAcc 활성이 가장 급격히 떨어지는 우울증 환자다. 우울 늪에 빠진 뇌는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즐거움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즐거운 뇌 회로라는 강력한 증거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 뇌 활성은 기준선이 다르다.
뇌 활동을 측정한 연구는 즐거운 뇌 회로가 무엇에 관여하는지 보여 준다. 그것은 즐거움의 감정과 보상을 얻으려는 욕구다. 보상을 얻는 일은 낙관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머리에 전극을 붙여 시냅스 수백만 개, 뉴런이 발화할 때 생기는 전기신호를 검출한다. 연구자는 이런 뇌파검사EGG 기술로 긍정에 관한 사람의 뇌 활성도를 관찰했다. 건강한 사람이 긍정적인 것 근처에 가기만 해도 피질의 좌반구 활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콤한 케이크 사진을 보면 뇌의 오른쪽 뉴런보다 왼쪽에 있는 뉴런이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 우울한 사람은 이런 좌반구 비대칭성이 감소하여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즐거운 뇌 회로는 보상을 주는 것에 계속 집중한다. 내면 깊이 뿌리내린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행동 성향이 어떤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낙관주의에 따라오는 모든 혜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낙관주의자는 어려운 일 앞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상체 강화 훈련을 하는 등 세상 밖으로 나가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로 인생이 끝났다고 믿는 사람은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삶의 질적 차이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의 힘이다. 낙관주의가 행동과 만나면 보상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켄터키 대학의 데보라 대너Deborah Danner 연구진은 수녀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서 1930년대 수녀가 되어 자필 일기장을 기록한 180명을 조사했다. 수녀를 시작할 당시의 평균 연령은 22세였다. 연구진은 75~90세에 이른 수녀의 일기장을 통해 60년 삶을 추적했다. 일기에서 수녀들이 인생에서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했다. 수녀는 삶이 거의 비슷했고 안전한 환경에서 지냈다. 연구진이 수녀를 1990년대 만났을 때 180명 중 76명은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수녀 중 50퍼센트가 기대 수명을 넘었다. 젊었을 때 낙관적인 생각을 기록한 수녀가 가장 장수했다.
젊은 날 일기에 낙관적인 생각을 쓴 수녀가 그렇지 않은 수녀보다 평균 10년 더 오래 살았다. 이것은 ‘금연하면 수명이 3~4년 늘어날 수 있다’라는 추정값과 비교해도 놀랍다. 낙관주의는 어떻게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낙관주의자는 고난 앞에서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낙관주의와 수명의 관계에 어떤 단서를 제공한다.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회복력이 큰 사람이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낙관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정서를 사용한다. 이것이 효과적인 이유를 프레드릭슨은 ‘확장과 수립broaden and build’이론으로 설명한다.
‘확장과 수립’은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정서가 생각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이론이다. 어떤 실험에서는 일시적으로 사람의 긍정성을 강화해보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에게 밝은색 사탕을 주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 뒤 30분의 시간이 남으면 무엇을 할지 쓰라고 했다. 이들은 무서운 영화를 본 대조 집단보다 더 많은 생각을 적었다. 부정적인 정서는 잠재적인 위협에 주의를 집중시킨다. 반면 긍정적인 정서는 주의를 확장하여 더 창의적인 생각을 만날 수 있다. 행복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면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성공적으로 가질 수 있다. 성공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으면 두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프레드릭슨에 따르면 긍정적인 기분은 직접적인 혜택뿐 아니라 역경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좋은 친구, 환경 등과 같은 개인적인 자원을 구축하도록 해준다. 이 자원은 고난이 왔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낙관적인 사람이 더 잘 견딘 이유다. 낙관적인 수녀가 우울한 수녀보다 평균 10년을 더 산 이유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미카 키비마키Mika Kivimaki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낙관주의가 건강, 회복력을 좋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가족 사망 등 인생의 큰 변화를 가져온 안 좋은 사건을 겪은 사람이 있었다. 조사 결과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말한 낙관적 수준은 사건 후 건강과 행복을 알려주는 지표다.
보상회로는 선조체 아랫부분인 측좌핵에 있으며 복측피개영역 VTA는 보상 자극을 감지하고 그 반응에 관여한다. 보상에는 쾌락, 욕구, 학습의 세 영역이 있다. 즐거운 뇌 회로는 보상을 주는 것에 계속 집중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행동 성향이 있는 낙관주의자는 어려운 일 앞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낙관주의가 행동과 만나면 보상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낙관적일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넬슨 만델라, 토머스 에디슨 등 시대와 국적이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낙관적인 마음가짐과 실천력이다. 그것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 희망과 회복력은 인류 진화 역사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