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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들 Oct 02. 2022

우리 뇌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파트 2. 뇌과학을 알면 우울증을 없앨 수 있다

현대적 낙관주의자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계속해서 정정하는 사람이다. 피터 셀러스 


2.1. 우리 뇌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신경가소성신경재배열, GABA

뇌에서는 세포가 계속해서 죽고 또 새롭게 태어난다. 어떤 경험을 하면 우리의 오감 중 한 가지를 통해 정보가 뇌로 들어오고 뇌세포를 자극한다. 자극받은 뇌세포는 반응하고 연결된다. 기존 뇌세포의 연결망 새로운 뇌세포의 연결망이 함께 발화하여 뇌는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산다. 뇌세포 사이에는 연결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끊어진다. 자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뇌는 평생 변화하는 복잡한 생태계다. 배움과 감각을 통한 경험, 생각이 뇌에 흔적을 남기고 변화시킨다. 뇌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폴 부르제의 말을 기억해야 할 이유다.     


뇌는 평생 변한다 – 신경가소성

1980년대까지 신경과학계에서는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뇌가 고정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1986년 이 분야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이 나오면서 신경가소성 neuro plasticity 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약 25년 전 페르난도 노트봄Fernando Nottebohm 박사는 카나리아처럼 노래를 통해 짝짓기하는 새를 연구했다. 새의 뇌가 봄에 커졌다가 여름 이후 작아졌다. 수컷 새가 봄이 되어 구애의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뇌가 커진 것이다. 그의 실험실에 있던 박사과정 학생인 알투로 알바레즈 부이아Arturo Alvarez-Buylla도 놀라운 발견을 했다. ‘새로운 학습이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다’라는 것이다. 


이후 프레드 게이지Fred Gage는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어른 뇌에서도 신경세포가 지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좁은 상자에서 먹이와 물만 먹으며 혼자 자란 쥐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의 뇌세포 상태가 다르다. 성장 환경에 따라 해마의 치상회dentate gyrus 크기가 20퍼센트나 차이가 났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의 뇌에서 해마의 세포증식 속도는 2배가량 빨랐다. 생쥐에게는 흥미롭게 설계된 터널, 쳇바퀴 등 서울랜드 같은 놀이동산을 만들어줬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생쥐는 피질이 더 크다. 피질 연결망이 치밀해지고 두꺼워졌다. 학습과 즐거운 놀이는 뇌 시냅스 밀도를 증가시킨다.  


인간의 뇌가 경험으로 변화되는 성질을 신경가소성이라 한다. 2000년 영국 인지신경과학자 엘리너 매과이어Eleanor Maguire는 fMRI로 블랙캡 기사 16명의 뇌를 관찰했다. 기사의 해마 뒷부분이 다른 사람에 비해 무척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공간이동 능력과 관련이 있는데 택시 운전 경력이 많을수록 그 부위가 더 커졌다. 여러 연구에서 어른 뇌에서도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생각 수준의 피상적인 변화가 아니라 뇌 영역의 실질적인 변화다. 신경과 신경회로 연결망은 우리가 행동하는 것에 반응한다. 행동으로 변화된 생각에도 반응한다. 그 결과 뇌 회로 작동 방식에 물리적 변화가 생긴다.      


두려움과 즐거움의 토대가 되는 뇌 회로는 특히 유연하다. 개인적으로 겪는 슬픔과 즐거움이 개별적인 회로와 연결망을 구축한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슬픔과 즐거움에 반응한다. 정서적 마음이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차이가 주변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를 낳는다. 우리 인식을 바꾸면 뇌도 변화시킬 수 있다. 뇌의 크기와 기능은 어떤 환경에서든 민감하게 반응한다. 새로운 창조 활동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뇌를 자극하여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든다. 이때 뇌의 크기가 증가한다. 새로운 자극을 주지 않고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 시냅스 연결이 약화한다. 뇌는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끊임없이 반응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뇌 회로신경재배열

데이비드 허블David Hubel과 토르스텐 비셀Thorsten Wiesel은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눈의 망막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가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관한 연구였다. 그들은 3~5주가 된 새끼 고양이가 시각 자극을 받지 못하도록 한쪽 눈을 꿰맸다. 6개월이 되었을 때 눈이 열렸다. 고양이 눈은 원래 담당했어야 할 시각 피질의 활성이 억제되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사실은 감긴 눈을 담당한 피질 영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영역은 다른 쪽의 열린 눈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뇌는 쉬고 있는 피질 영역이 없도록 스스로 재배선 되었다. 열린 눈을 담당하는 피질의 면적은 정상일 때보다 넓었다.     


이 실험은 뇌의 작동 방식에 관한 두 가지를 알려준다. 첫째 감각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려면 감각 자극이 필요한 결정적 시기가 있다. 둘째 결정적 시기에 뇌는 유연하고 가소성을 띤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결정적 시기에 뇌 손상이 일어나면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 배선이 이루어지면 변화할 수 없다.’라는 가정을 유지했다. 허블과 비셀도 이 가정을 지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현재 이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관련하여 헬싱키 대학의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테이야 쿠얄라Teija Kujala는 연구했다. 그는 어른의 뇌에서도 소리에 반응해 시각피질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쿠얄라 연구진은 결정적 시기를 한참 지난 후에 감각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어른이 되어 시각 장애인이 된 사람에게 소리를 구별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들의 시각피질이 강한 반응을 했다. 어른이 되어 시각 장애인이 된 사람도 청력이 예민하게 발달한다는 뜻이다. 시각을 전담하던 뇌 영역이 소리에 발화하고 있었다. 그들의 뇌에서 원래 시각을 담당하던 뇌 영역이 재배열되어 청력을 돕고 있었다. 시각을 잃으면 청력이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입증하는 연구가 있다. 시각 장애인의 뇌를 영상으로 촬영해보면 정상적으로 시각 정보에만 반응하는 뇌 영역이 청각 신호에도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각 장애인 뇌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볼 때 발화하는 신경이 무슨 소리를 들을 때도 반응한다. 피질이라는 농부는 외부 세계에서 오는 신호가 없다고 해도 땅을 놀리지 않는다. 다른 감각과 활동이 더는 필요 없는 뇌 영역을 이용하도록 한다. 시각 장애인은 전에 시각으로 썼던 뇌 영역을 청각으로 전용한다. 정상적으로는 소리를 담당하는 청각 피질은 청각 장애인의 경우 시각 신호에 반응한다. 청각 장애인의 주변 시가 훨씬 강화되었다. 주요 감각을 잃은 사람은 더는 활용할 수 없는 뇌 영역의 뉴런이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의 뇌 배선 방식은 지문처럼 독특하고 다양하다. 뇌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면 뇌세포가 반응하고 새롭게 연결한다. 1+1=2라는 것을 배우는 데 관여한 뇌세포는 다음에 1+1을 보면 2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연습을 통해 재배열된다. 이런 학습이 없다면 1+1을 계산할 때마다 처음처럼 문제를 풀 것이다. 많은 연습은 뇌세포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전에 습득한 것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감정 학습도 비슷하다. 일반적인 학습 규칙은 ‘함께 발화한 뇌세포는 함께 엮인다.’라는 것이다. 경험이 불러오는 감정이 강할수록 관련 뇌세포의 연결도 강하다. 우울 감정이 강하면 우울한 뇌 회로 연결도 강화된다.     


GABA

운동하면 과활성화된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 스트레스와 불안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더 차분해진다.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런 역설적인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GABA 때문이다. 운동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뇌세포는 활동적이라는 점에서 어린아이와 같다. 어린아이를 한 자리에 가만히 앉혀두기란 어렵다. 어린 뇌세포도 그렇다. 늘 활성화되어 있고 주변에서 아무런 자극이 오지 않아도 다른 세포로 마음대로 신호를 보낸다. 어린아이 같은 귀여운 행동일 수 있지만, 쉽게 활성화되는 뇌세포는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함에 시달리는 사람은 쉽게 흥분하지 않는 뇌세포를 갖고 싶어 할 것이다.     


GABA, 즉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은 뇌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아미노산이다. 이는 뇌세포가 자신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뇌의 활동이 차분해지면 스트레스의 느낌도 함께 없어진다. 활성화되면 술이나 불안완화제를 먹은 것처럼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GABA는 신체활동을 통해서도 활성화된다. 걷기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속적인 신체활동이 GABA의 활성을 높인다. 대뇌피질 밑 뇌 영역에서 특히 GABA의 활성도가 높아진다. 이 뇌 영역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유발한다. 대뇌피질 밑에서 GABA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스트레스 중심부를 직접 공략한다는 뜻이다.  

    


전두엽과 편도체는 몇 개의 신경회로를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신경 회로가 정보를 잘 전달하려면 전두엽이 편도체의 제동장치처럼 작동해야 한다. 그럴 때 스트레스와 불안을 억제해준다. 전두엽이 편도체에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GABA가 도움을 줄 수 있다. GABA는 몸의 움직임을 뇌의 신경가소성으로 변화시키는 메커니즘 중 하나다. GABA는 브레이크처럼 뇌의 활동을 억제하여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변화를 막는 GABA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GABA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뇌가 더 유연해지고 자신을 재조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GABA 세포는 뇌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과활성화된 새로운 뇌세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린 세포를 달랜다는 의미로 GABA 세포를 ‘유모신경세포nanny neuron’라 부르기도 한다. 이 세포의 진정 효과가 주변에 영향을 미쳐 뇌 전체가 차분해진다. 운동하면 뇌 활성도를 효과적으로 억제해서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GABA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GABA는 해마에서 주로 형성된다. 해마는 감정을 조절하고 불안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영역이다.   


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보에 반응하고 변화한다. 뇌 속의 복잡한 신경망과 신경 회로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반응하여 재배열된다. 이 유연성은 우리 인생관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다. 신경가소성은 양날의 칼이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계속 주지 않으면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 다른 하나는 뇌에 깊이 새겨진 믿음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뇌의 어떤 부분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영역은 서서히 다른 기능으로 전용된다. 그 영역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면 오래된 회로까지도 변할 여지가 있다. 신체활동을 통해 생성된 GABA는 몸의 움직임을 뇌의 신경가소성으로 변화시키는 메커니즘 중 하나다. 변하고 싶으면 끝없이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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