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땅

사실 편평하지 않은 땅 위에 우리는 서 있다.

by 단비

비가 오면 땅이 굳는다. 그런데 새들은 축축한 땅에서 발을 떼고 날아오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매달린 줄에 마지막 숨을 의지할 때. 땅에서 발이 떨어지면 새들은 하늘로 사라진다. 자기 몫의 슬픔을 땅 위에 서 있는 이들에게 남겨두고.


남은 발들은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다. 흔들리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그런데 땅은 편평하지 않다. 동그랗게 굴곡지고 울퉁불퉁하다.


그런 땅 위에 서 있는 두 발들은 얼마나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축축한 땅이 단단하게 굳을 때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굴곡지고 울퉁불퉁한 땅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다. 땅을 밟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굴곡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기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아간 새들 몫의 슬픔을 품어줄 수 있기에. 우리는 울퉁불퉁한 땅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다.


언젠가는 날아간 새들을 보내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들 몫의 슬픔을 위로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편평하지 않은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하늘로 사라질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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