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였던 나, 너

세상밖으로 천천히

by 단비

단비는 참 겁이 많다.
본인도 강아지이면서, 정작 강아지와 노는 법을 몰랐다.

강아지들이 많은 곳에 가면 단비의 자리는 언제나 내 무릎 위였다.
다른 강아지가 냄새를 맡으려 다가오기만 해도 단비는 그저 도망치기 바빴다.

멀찍이 서서 한참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무리의 가장자리를 서성인다.
분명 같이 놀고 싶은 눈빛이었지만
꼬리를 살랑이며 타이밍을 엿볼 뿐,
막상 용기가 나지 않는가 보다.

결국 무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혼자 바닥 냄새를 킁킁 맡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먼발치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겨우 다가가 냄새를 맡는 데만도 몇 달이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강아지가 “앙—” 하고 짖었다.
단비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앙—” 하고 함께 짖었다.

그날, 나는 뭔가 뭉클했다.
단비가 짖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단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다.

도망치기만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에 반응했다.
그 작은 용기 하나가
나에겐 커다란 성장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단비를 보며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왜 이렇게 소심해.”
"그 말도 못 해?"
별것 아닌 순간에도
온갖 부정적인 말들이 내리 꽂혔다.

나는 그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는 왜...”
자책하던 그 시절의 마음이 단비에게 겹쳐 보였다.

이젠 나도 먼저 말을 건네고,
다가가는 법을 배웠지만
많은 친구를 바라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단비도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 둘 다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천천히 배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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