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와 나를 마주하며
"왈왈, 왈왈왈왈!”
“단비, 어디 갔어?”
마주 오는 몰티즈의 앙칼진 짖음에
단비는 꼬리를 잔뜩 말고 내 뒤로 숨어버렸다.
“저 조그만 애도 무서워~?”
단비는 한마디 짖지도 못하고
작은 앞발로 내 다리를 꾹꾹 누르며 안아달라 조른다.
그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워 단비를 품에 안고
작게 속삭였다.
“단비야, 너도 짖어버려. 무섭다고 피하면 안 돼.
네가 덩치도 더 크잖아.”
그렇게 단비에게 강해지라 말하면서도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어릴 적의 내가 자꾸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조차 어려웠고,
조금만 거친 말에도 마음이 금세 무너져 내렸다.
그런 나에게 세상은 언제나
가시밭길 같았다.
앞을 막아주는 사람도,
뒤에서 감싸주는 사람도 없었다.
서툴게 온몸으로 받아내고, 상처받고,
덧나고, 아물고를 반복하며
나는 점점 무덤덤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뭐, 별일 아니잖아.”
그 말이 나를 지키는 방패였고,
동시에 마음을 얼려버린 주문이기도 했다.
감정을 느껴도 표현할 수 없고,
울어도 위로받지 못하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감정 불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지금, 내 뒤에 숨어 있는 단비를 보며
나는 오래전 나를 다시 마주한다.
그때의 나를, 그리고 그때 지켜주지 못했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