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동이 빠른 편이다.
학창 시절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에도,
결혼 전 친정 식구들과 살던 시절에도,
결혼을 한 지금도
가장 빨리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나였다.
뭔가를 느리게 한다는 것은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예 안 한다면 모를까.
그런데!
내 뱃속에서 나오 이 아이는
느. 리. 다.
뭐든 느리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아이는 6시 30분에 일어난다.
10분쯤 본인의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안방으로 온다.
안방 침대에서 또 몇 분 간 꼼지락 거린다.
6시 50분쯤 되면 슬그머니 식탁으로 와서 아침을 먹는다.
7시 15분이 되면 나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나는 아이에게
"7시 15분!!"이라고 외친다.
아이의 아침 식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고로 내가 주는 아침은
예 1: 닭가슴살 한 조각+오렌지 1개+견과류 5알+우유
예 2:목살 한 조각+사과 3/4개+우유
예 3: 계란 프라이 1개+바나나 1개+견과류 5알+우유
_이 정도 수준이다)
나는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식탁에서 천천히 일어나
기지개를 한 번 개운하게 켜고
양치질을 시작한다.
7시 25분 알람이 울린다.
아이의 양치질을 아직 진행 중이다.
30분.
드디어 옷을 입는다.
40분.
가방을 멘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나는 초조하지만
아이는 되려 내게 괜찮다고 말한다.
등교시간이 가까워진
학교 앞 도로는 차량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뛰어가는 게 빠를 것 같다.
아이에게 뛰어가라고 말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아. 내가 사물함 가서 빨리 준비하면 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아들아!
네가 사물함 가서 빨리 준비할 것 같아 보였으면
이 어미가 왜 아침 내내 이리 마음조리고 있는 것이겠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 가기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를 보내놓고 집으로 돌아와 긴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우리 아들은 느린 아이가 아니야.
다만, 많이 느긋한 것뿐이지.
다만, 많이 느긋한 것뿐이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