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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반려식물

아직은 반려동물을 맞이할 준비가 안된 우리를 위한

by Dancing Pen Nov 20. 2024

아이에게는 반려식물이 있다.

키운 지는 이제 3달 정도 돼 가는 듯하다.


사실 아이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생명을 키운다는 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끈질긴 아이의 요청에 그럼 안내견 봉사를 우선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해서

가정방문 심사까지 마쳤지만, 마지막 순간에 역시나 결심이 서지 않아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자라면서 나는 그 어떤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셨고 나 역시 눈으로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지는 데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혼자인, 외동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늘 동물을 원했다.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어느 날은 도마뱀이었다가 뱀이었다가...

대상은 늘 바뀌었지만 한결같이 원했다.


질긴 요구에 결국 합의를 본 게

우선은 반려식물을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어쨌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니

반려식물을 키움으로써 아이가 책임감을 보여준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재고해 보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식물을 죽기도 하고, 잘 자라기도 했다.

똑같이 다루는데도 토마토는 계속 죽었고 버터헤드와 상추는 잘 자랐다.


개학을 하고 아이는 매일 아침 반려식물에서 잎을 하나씩 따간다.

점심시간에 자신이 키운 식물을 함께 먹고 싶어서란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잎사귀 한 장을 조심스레 넣어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오늘은 아이가 잎사귀를 6장이나 따왔길래

그 이유를 물었다.

같이 밥을 먹는 친구들이 자기도 한 장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친구몫까지 챙겨가는 거라는 답변에

역시 아직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식물을 키운다고 해서

반려동물에 대한 아이의 열망이 줄어들거나 사라지진 않았다.

어젯밤에도 반려동물을 데려올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나는 곧 아이에게 항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전히 동물을 키우는 것이 두렵지만

아이의 꾸준한 설득에 이제 그만 백기를 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부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미래가

우리 가족에게도 우리의 반려동물에게도 행운과 행복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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